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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20년 동안 통치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1917~1989)의 유해가 국립영웅묘지에 묻힐 수도 있게 됐다. 마르코스는 1986년 민주와 시위인 ‘피플 파워’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하와이로 망명해 1989년 사망했다. 유해는 1993년이 돼서야 필리핀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방부처리된 상태로 고향인 필리핀 북부 일로코스노르테 주 마르코스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은 평소 마르코스를 존경해 왔다며그의 유해를 국립영웅묘지에 안장한다고 발표해 마르코스 반대파가 매장금지 청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두테르테는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 300만 명을 학살했다”며 “필리핀을 파멸에서 구하기 위해 마약 중독자 300만 명을 죽이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취임 후 3개월동안 마약 범죄 용의자 3,500명 이상을 경찰 등을 앞세워 사살했다. 

이스라엘, 독일, 미국 등 국제사회는 마약과의 전쟁을 독일 나치정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비유한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 결국 받아냈다. 

“중국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싶다.” 중국을 국빈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말이다. 필리핀 인권 문제를 제기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을 향해 “지옥에나 가라”며 비난했던 그가 ‘격미친중(隔美親中)’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친중국 노선을 천명하자 놀란 미국이 법석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견제를 위해 필리핀에 무기까지 지원한 일본도 당혹한 기색이다. 

중국은 레드카펫을 깔아주며 반겼다. 하지만 언제든지 미국쪽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중국 네티즌 상당수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탈미(脫美)적 행보를 ‘가짜 이혼’에 비유하며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두테르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필리핀 국민 여론은 76%가 ‘미국을 매우 신뢰한다’인 반면 ‘중국을 매우 신뢰한다’는 22%에 그쳐 여전히 중국에 부정적이다. 두테르테의 미·중 사이 줄타기 도박이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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