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가량 자연바람에만 노출
유증기 충분히 제거됐는지 ‘의문’

 

▲ 14일 오후 2시3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에서 원유배관 이설공사 중 폭발사고로 2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제공 울산소방본부)

▷속보 =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울산비축기지 지하화 건설공사 현장의 폭발사고 원인이 유증기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배관에 대한 인위적인 사전 환기 작업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길이 150m 배관은 개방된지 불과 반나절밖에 되지 않았고, 가스 측정은 배관의 입구 부근에서만 이뤄졌다.

24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석유공사 울산비축기지 지하화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사고 배관의 내부 유증기를 제거하기 위한 인위적인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14일 발주처인 한국석유공사가 작업허가서를 발급하고, 시공사인 SK건설 측이 작업을 지시한 시각은 오전 8시였다. 

길이 150m 배관은 이날 오전 처음 공기 중으로 노출됐다. 근로자들은 배관 세척(피그공법)을 위해 볼트를 푸는 등 사전 작업을 실시했다. 이후 우레탄 재질의 피그볼로 배관의 한쪽 입구를 막았고, 오후 2시 32분께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배관 내부는 원유찌거기가 가득했고, 여기서 발생한 다량의 유증기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지만, 작업 시간과 사고 시간으로 미뤄보면 배관이 개방돼 공기 중에 노출된 시간은 길어야 5시간정도다.

이 시간 동안 별다른 환풍 작업 없이, 배관은 자연 바람에만 노출됐다. 길이 150m 배관 내부의 유증기가 그 시간 동안 자연적으로 충분히 제거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가스농도 측정은 배관 입구 부근에서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가 서서 배관 내부로 가스 측정기를 뻗어 측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관 내부에 유증기가 상당히 존재하는데도 측정기 상에 가스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원유찌꺼기 등에서 발생하는 유증기가 분진 등의 작은 스파크(불티)에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부분”이라며 “원유 배관에 대한 작업은 수일에 걸쳐 이뤄지고, 산소 농도를 낮추거나 가스가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작업을 미룬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각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를 사망하거나 다친 근로자가 포함된 하청업체 성도ENG, 작업을 지시한 SK건설, 공사를 발주한 한국석유공사 등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형사 입건 범위는 사고 책임 여부에 따라 달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오후 2시 32분께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 한국석유공사 울산지사 ‘울산비축기지 지하화 건설공사' 현장에서 폭발사고로 플랜트 하청업체 성도ENG 소속 근로자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한국석유공사는 사고 직후 “안전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원청시공사에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입장을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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