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교 作 ‘골매마을 들개'.

 예술가 5인이 바라본 월성·고리원전의 실태
 정철교·홍성담·박 건 등 5명
 지난 5월 동해안 원전벨트 답사
 절망적이고 지루한 일상 스케치
‘핵核몽夢’展 오는 30일까지
 부산가톨릭센터 대청갤러리

2016년 5월 16일 12시.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일명 ‘번개모임’.
이 번개모임의 목적은 동해안 원전벨트를 둘러보는 2박3일의 답사여행이다.
예술가들은 합리성과 이성보다는 감성과 직관에 의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날도 그러했다. 

보름 전에 이들 중에 누군가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향후 5백 년 동안은  어느 누구의 발길도 허락하지 않는 동토의 땅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ㄷㄷㄷ. 월성과 고리원전의 그 아름다운 바닷가는 이번 답사가 우리 평생에 마지막일거야. ㅋㅋ” 
모두 응답 메시지를 보냈다. “헉! 가보자 ㅜㅜ”
그렇게 시작된 답사다.

그들은 짧고 강렬한 여행이길 바랬지만, 막상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원전 주변에 널브러진 절망적이고 지루한 일상들뿐이었다. 단지 바닷가 포구에 악성 암 마냥 돋아난 거대한 원전 콘크리트 껍데기만이 그들의 눈길을 잡아 당겼다. 
현대문명은 끊임없이 난민들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이미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박3일 동안 그들은 방사능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돔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단 한 가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원전 돔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은 상황을 발표하는 당국자의 입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홍성담 作 ‘대박1’

5명의 작가들이 월성·고리 원전을 스케치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핵核몽夢’(부제-신고리 5, 6호기 승인을 즉각 취소하라!)라는 타이틀로 전시장에 펼친다. 
그들은 현재 우리나라 원전의 실태와 위험성 등을 작가 특유의 예민한 촉수로 더듬고 발언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래서 더욱 위험한 방사능에 대한 인식, 원전 근처 주민들의  희생이 담보된 불편한 진실을 예술가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그들이 가지는 깊이 있는 시선이 기대된다.

정철교(회화), 홍성담(회화), 박건(사진· 설치 등), 방정아(회화·그래픽), 정정엽(회화) 등이 참여한다. 
정철교작가는 현재 울주군 서생면 덕골재길에 산다. 그곳에서 1.5km 떨어진 바닷가에 원자력 발전소 3, 4호기가 자리잡고 있다. 
그는 지난달, 원전건설 이후 상처 난 마을을 담은 작품들을 작가의 집, 서생우체국, 서생면사무소, 서생농협, 서생의원, 금장생복집,도 갤러리 카페 등 서생사람들의 삶의 터전에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성담은 지난 2014년 8월 광주베엔날레 특별전에서 선보인 걸개그림 ‘세월오월'에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했던 작가다. 이달 30일까지 부산카톨릭센터내 대청갤러리. 문의 051-462-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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