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난 용’ 반기문의 줄타기
아무도 해내지 못한 ‘정치교체’
패권과 기득권 청산해야 가능
과연 그가 성공시킬 수 있느냐
패권의 득세 예고되고 있는 대선
높아진 국민 기대치 충족 등 난제

 

김병길 주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구속하고 새해를 맞은 대검 중수부는 2009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를 급발진시켰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8년전 박연차게이트 때와 달리 지금은 모든 상황이 대선(大選)과 맞물려 있다. 대선시기는 헌재 결정에 달렸지만 모든 정치 세력은 조기 대선을 상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촛불’과 ‘태극기’의 대결 속에서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누구든 그 결과에 승복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월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뉴욕발 서울행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대선 출마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참정권을 가진 국민이 출마하겠다는 것은 보장된 권리”라며 “나는 자질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인천공항 귀국회견 등을 통해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개천에서 난 용’이 반기문이다. 충청도 두메산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오늘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롤모델로 손색이 없다. 그는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후 40년 넘게 줄곧 외교관 길을 걸어왔다. 외교부차관, 장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거친뒤 2006년 UN사무총장에 당선됐다.

거의 평생을 외교전문가로 보낸 그는 말투, 행동, 눈빛에서도 글로벌 품격이 깃들어 있다. 꽃가마 타기에 익숙한 그가 마침내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놓고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1944년생인 그는 올해 73세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74세로 임기가 시작된다. 요즘 뜨고 있다는 소위 ‘신(新) 486세대’이다. 반기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위키리스크’ 폭로 내용을 보자. 그가 UN사무총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때문이었다며 2006년 당시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그는 “미국 정부와 미국의 가치, 미국국민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를 지지해야한다고 보고했다. 

대한민국 다음 대통령은 수많은 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헬조선과 망한민국’으로 일컬어지는 격차사회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른바 갑의 사회를 공정하게 바꿀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지역간 벽을 허물고 국민을 대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동북아지형은 미·중·러·일 ‘스트롱맨’의 각축전이 시작되면서 온통 가시밭길로 변했다. 기적을 행할 메시아는 없다. ‘실패의 기록’이 아니면 ‘멀어진 목표’를 남길 수 밖에 없다. 

과연 반기문이 이런 국내현안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을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반기문을 지칭하여 ‘역대 최악의 UN사무총장’이라고 평가했다. 외국 언론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른 악의적인 보도라고 해도 너무 박한 평가였다. 

그러나 인색한 평가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반기문이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남북관계를 보자. 반기문이 재임했던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오히려 냉전시대로 돌아갔다. 강산이 변하는 10년이라는 기간동안 도대체 어떤 진척이 있었는가. 방북뉴스만 해도 수차례 있었다. 희망과 기대도 잠시, 끝은 언제나 “결정된바 없다”는 UN관계자의 종료멘트였다. 대통령 후보의 성과로 내놓기에는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그는 귀국후 “총체적 난관에 빠진 조국의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팠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그의 말을 주목한 것은 그가 대선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패권과 기득권을 청산해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이루자고 했다. 분열을 부르는 것은 패권과 기득권이다. 기득권이 패권으로 바뀌는 것이 정권교체라면 패권과 기득권 모두가 사라지는 것이 정치 교체다. 많은 정치인이 이런 정치교체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미 이번 대선에서도 패권의 득세가 예고되고 있다. 결국 반 전 총장의 성공 여부는 아무도 해내지 못한 정치 교체를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최순실게이트 후폭풍으로 가혹한 검증이 예고되어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네거티브공세와 정치 공작이 이미 시작됐다. ‘지옥같은 터널’을 거쳐 누가 집권하든 한껏 높아진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