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훈 울주민속박물관 학예사

십간과 십이지를 순차적으로 배열하면 60갑자를 얻는다. 갑자에서 시작한 간지가 60번을 서로 짝을 지으면 다시 갑자로 돌아온다. 육갑은 자연이 지닌 하나의 시간 단위로 인정된다. 그래서 자신이 태어난 해의 간지로 60번을 지나 되돌아 온 해의 생일을 환갑이라고 부른다. 자연이 정해준 시간을 온전히 살았다는 의미이다. 시간의 차원에서 보면 인생의 완성이다.

사람들은 해가 바뀌어 새로운 지지로 햇수를 따질 때마다, 그 해의 동물이 지닌 속성에 빗대어 한 해의 희망을 품어본다. 1년은 지구가 해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일 뿐이지만, 그러한 우주적 시간을 동아시아의 문명에서는 12동물의 시간으로 상징한다. 이러한 12동물이 5차례 순환되면, 60년이란 시간 단위가 나온다. 이러한 풍습의 역사는 매우 유구하다.

올해 정유년(丁酉年)의 유(酉)는 닭에 해당한다. 금년은 닭의 속성을 닮은 시간이다. 닭의 속성이란 것도 사실은 인간이 재해석한 닭의 생물학적 특징이다.  닭의 붉은 볏과 발톱을 문무(文武)에 상정하고, 땅에서 솟구쳐 세찬 날개 짓을 하며 공격하는 모습을 용(勇)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는 조선시대의 정치를 배경으로 부여된 것이다.

새벽에 우는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야 말로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렬한 닭의 이미지이다. 더욱이 집 마당에 있어서 새벽잠을 깨운다. 우리집 닭들만 우는 것도 아니다. 동네 닭들이 가까이서 멀리서 메아리 져 운다. 닭이 우는 것과 동시에 그리고 닭이 울고 나서야 동이 튼다. 닭이 새벽을 일깨우고 또한 새벽을 알리는 것이다. 새벽이 돼야 닭이 운다는 것도 말이 되지만, 닭이 울어야 날이 밝는다는 것도 말이 된다. 이렇게 닭이 울어서 밤의 어둠을 물리치고 아침의 빛을 활짝 연다. 참으로 아팠고 슬펐고 암담했던 병신년이었다. 마침 정유년이다. 그것도 양기를 뿜어내는 붉은 닭의 해란다. 광명의 새 역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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