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주주총회장 안팎 충돌]

진행요원 50여명 좌석 차지
조합원 강력 항의 갈등 격화
개회 후 4차례 정회 선언
‘찬성’ 발언자 마이크 뺏고
멱살잡이… 결국 경찰 투입
조합원 4명 ‘업무방해’ 연행

 

27일 동구 한마음회관 입구에서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장을 진입하려는 노조원들과 이를 막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우리가 주주다! 주주가 아니면 나가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예술관에 함성이 울렸다. 머리 위로 손바닥만한 종이를 번쩍 들었다. 주주 이름과 번호가 적힌 참석확인표였다. 이들 사이로 앞줄에 앉은 수십여명이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했다. 정장차림의 이들 가슴팍에는 ‘진행요원’이라고 쓰여있었다.

27일 오전 9시께. 현대중공업 사업 분할을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한시간가량 앞둔 시각. 420석 규모의 예술관을 가득 채운 노조 조합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주주는 바닥에 앉아있고, 행사를 도와야하는 진행요원이 의자에 앉아있는 총회가 어디있느냐.” 진행요원들이 총회장 앞 수십개의 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조합원들은 “밤새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주주 확인절차를 거쳐 총회장에 들어왔는데, 저들(진행요원들) 50여명이 먼저 총회장에 앉아있었다”며 회사 측에 문제 제기했다. 결국 일부 진행요원들이 자리를 비켰지만 노조의 항의는 남은 이들을 향해 계속 이어졌다.

갈등은 총회 10분을 앞두고 격화됐다. 진행요원들이 단상 앞에 두줄로 서 인간벽을 두르자 노조는 “우리가 조직폭력배냐, 왜 앞에 사람을 까느냐”며 반발했다.

오전 10시 정각 회사 측은 정숙을 요청하며 총회를 진행했으나 이미 총회장은 문제를 제기하는 고성과 호루라기 소리로 아수라장이 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가 진행될 때 조합원들은 투쟁가를 불렀고, 참석자 현황을 공개하며 “합법적으로 성회됐음을 선언한다”는 의장(강환구 사장)의 발언에 야유가 쏟아졌다. 개회 후 3차례의 정회가 선언됐고, 그 사이 노조와 진행요원들 사이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백형록 노조지부장은 “단상 앞의 진행요원들 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면서 총회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구하며 회사에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회사는 자문변호사를 통해 “원만한 총회 진행을 위해 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진행요원을 총회장에 입장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 지부장 등 노조의 요구에 대해 “질서유지권은 의장의 전권으로 주주가 동의를 제출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각하’의 뜻을 분명히 했다.

조합원들의 분노는 한 주주가 발언을 통해 사업 분할에 찬성의견을 표명하자 폭발했다. 조합원은 발언자의 마이크를 뺏었다. 4번째 정회를 선언했지만 고조된 분위기는 진정되지 않았다. 촉발된 몸싸움은 단상 위 멱살잡이로 번졌다. 결국 총회장에는 경찰이 투입됐고 경찰이 단상을 둘러싼 가운데 안건 의결이 이뤄졌다.

총회장 안의 갈등은 한마음회관에 들어오지 못하고 현관 앞에서 대치 중이던 다른 조합원들까지 흥분시켰다. 현관을 막아선 회사 측 진행요원과, 총회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조합원들 사이에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총회장 단상에 올라가는 등 업무방해 혐의로 조합원 4명이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총회장 안팎에서 1시간가량 벌어진 물리적 충돌과 노조의 거센 반발이 무색하게 사업 분할과 그에 따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안건은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노조 측은 “주주들의 절차상 하자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 마음대로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날치기 주주총회는 원전무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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