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건'은 슈퍼히어로의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극대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독특한 영화입니다. 늙고 쇠잔해가는 늑대인간 로건의 마지막 영웅담이죠.

영화 '로건'의 한 장면[올댓시네마 제공]

극 중 로건은 늙고 지친 모습으로 무한할 것만 같았던 울버린의 전투력과 젊음을 잃어갑니다. 다만 지독한 독설을 일삼는 불 같은 기질은 여전합니다. 그는 세상의 눈을 피해 멕시코 국경 근처의 허름한 마을에 은거 중입니다. 곁에는 아버지처럼 여기는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와 아이같이 순수한 마음의 조력자 '칼리반'(스테판 머천트)이 함께 합니다.

영화 '로건'의 한 장면[올댓시네마 제공]

어느 날 로건의 앞에 정체불명의 집단에 쫓기는 돌연변이 소녀 '로라'와 보호자인 히스패닉 여성이 나타납니다. 위기에 처한 두 여인을 의도치 않게 구한 후부터 로건은 사이보그 용병단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용병단의 우두머리 '피어스'는 로건처럼 손에서 강철 클로(손톱)가 자유자재로 솟는 어린 울버린 로라를 납치하기 위해 추격전을 벌입니다. 로건은 자신을 닮은 로라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면서 더욱 성숙한 영웅으로 거듭납니다.

영화 '로건'의 한 장면[올댓시네마 제공]

영화 '로건'의 의상과 소품에서도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적당하게 녹아 있습니다. 의상은 클래식한 서부 영화와 누아르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특히 슈퍼히어로로 전혀 보이지 않는 허름한 재킷에 리바이스 블랙진, 카우보이 셔츠 등이 인상적입니다. 주요 소품 중 자동차의 역할이 큽니다. 로건의 생계수단이자 카레이싱에 적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설정상 현재로부터 10년 후의 시간이 배경이기 때문에 '허름하면서 가까운 미래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합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러 문화를 한데 묶은 독특한 분위기입니다. 멕시코 히스패닉 느낌이 물씬 나는 국경 근처 마을과 남부의 넓은 옥수수밭 등 에스닉을 적절히 혼합한 미장센이 조화로우면서 정든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로건에게 인간다운 면모를 선물하고 싶었던 '프로페서 X'의 마음이 투영된 듯합니다.

영화 '로건'의 한 장면[올댓시네마 제공]

'속편 징크스'의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어지간한 흥행작이 아니고서는 속편을 위해 투자자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성공적인 1편으로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과 '슈퍼맨'을 보더라도 속편 징크스에 시달리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영화 '로건' 제작진에는 속편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겨눈 것이어서 도박이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울버린과 보낸 제작진의 마음일까요. '로건'은 감동적이고 새로우면서도 그간 쌓아온 '울버린 세계'의 완결성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꺼져가는 생명으로 어린 소녀를 지키는 모습이 진한 감동의 여운을 줍니다. 울버린이 출연하는 전작 중 최고로 평가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복잡한 유대감 등 강렬한 감정을 담은 액션이 많다"고 자평했습니다. 확실히 극 중 가쁜 숨으로 넘어져 가면서도 '로라'를 구하러 달려가는 울버린의 모습은 전작들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가장 인간적인 슈퍼히어로의 모습으로 각인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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