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울산방문의 해’ 특별기획] 울산이 부른다! GO! GO!
2. 중구 원도심 시간여행

 

 1960∼80년대 산업화시대 흔적
‘영화 세트장’ 마냥 고스란히 남아
 옛 약속 장소 상징 ‘시계탑’ 사거리
 기차 달리는 돔형 새단장 ‘랜드마크’

 종갓집 예술창작소·갤러리 1호 라온
 보행자 위주 도로 조성된 문화의 거리
‘똑딱길’ 따라 과거로 시간여행
 고복수·울산큰애기 등 이야기 가득

 골목 곳곳 숨은 ‘노포’ 찾아 맛 기행
 보세거리·야시장 등 즐길거리 풍부

울산 중구 원도심은 도시의 이미지와 멋을 대변해 주는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울산 원도심에는 1960~80년대 산업화 시절의 흔적들이 마치 영화세트를 옮겨 놓은 것처럼 남아있다. 사진은 울산 원도심의 중심이라할 수 있는 시계탑이다.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듯 앙탈을 부린다. 성질 급한 벚꽃들이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는데도 바람은 차고 모질다. 하지만 봄은 봄. 골목길 양지바른 곳엔 파릇한 풀들이 돋았고, 분기탱천 나뭇가지들은 새순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바야흐로 마음먹고 여행을 나설만한 ‘진짜 봄’이다. 이번 주 찾은 울산의 관광지는 울산의 원(原)도심이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들은 대부분 ‘고풍스러운 구시가’들을 관광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눈이 휘둥글 해지는 현대식 마천루를 살짝 비켜난 곳엔 어김없이 원도심이 자리하고 있다. 왜 그럴까? 원도심이 그 도시의 이미지와 멋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 원도심도 바로 그런 곳이다.

◆ 원도심 관광의 시작 ‘시계탑 사거리’

울산의 원도심은 옛 읍성을 중심으로 위치한 중구 성남동과 옥교동, 북정동, 복산동 일대다. 그런데 울산의 원 도심에는 다른 도시의 구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풍스러움을 찾기 어렵다. 읍성 등 옛 도호부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울산객사 등의 흔적은 땅속에 묻혀있다. 일제강점기나 해방 전후의 흔적도 남은 게 별로 없다. 

중구 원도심은 대부분 1960년~80년대 산업화시대의 흔적이다.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구 2만의 소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땅한 소비처가 없었던 사람들이 원도심으로 몰려들었다.

중구 원도심에는 울산사람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명소들이 많다. 사진은 옛 학성여관 건물인 ‘마로니에’의 중앙정원.

원도심은 ‘속도전’ 같았던 개발이 이뤄졌고 ‘옛 흔적’이 빠르게 지워졌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번듯한 기와집 한 채 없지만 ‘산업화 초기’의 시가지 모습이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고스란히 남았다. 그래서 더 특별한 곳이다.

울산의 원도심 관광의 시작은 시계탑 사거리다. 예나 지금이나 울산 원도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시계탑은 시계가 귀했던 시설인 지난 1966년 만들어졌다. “시계탑 사거리 자테(부근에)있는 00다방서 보입시더”. 이렇게 시계탑은 울산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다. 현재의 시계탑은 낡은 시계탑을 허물고 사거리 모서리에 기둥을 세운 후 돔형으로 새로 만든 것이다.

시계탑 상부에는 매시간 기적을 울리며 돔을 한 바퀴 도는 6칸짜리 모형열차가 설치돼 있다. ‘똑딱똑딱’거리며 가는 시계탑에 설치된 ‘칙칙폭폭’기차의 의미가 묘하게 어울린다. 시계탑은 일제강점기(1912년)때 개통된 철도역이 있던 곳이란다. 울산의 원도심 ‘시간여행’의 시발점으로 손색이 없다.

◆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한 ‘문화의 거리’

시계탑 사거리에서 북쪽 옛 울산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문화의 거리’다. 울산시 중구청이 지난 2012년부터 국비 등을 지원 받아 조성한 ‘5가지 색깔을 가진 문화아트’거리다. 보행자 위주의 잘 정비된 도로주변으로 수십 개의 갤러리와 창작소, 소극장 등이 들어서 있다.

H자형의 도로변에는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다방과 음식점들도 빼곡하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 사이로 난 조그만 골목길도 벽화와 조형물로 채워 넣어 ‘울산만의 이야기’를 덧씌웠다. 한물 간 ‘심심한 동네’에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동네로 변신했다.

중구청이 운영하고 있는 ‘종갓집 예술창작소’. 현재 34명의 예술인이 입주해 있으며 1층 전시관에선 이들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시절 문을 열어 울산금융의 효시가 되었던 옛 상업은행 터 임을 알리는 안내판에서 동쪽 방면으로 조금만가면 ‘종갓집 예술창작소’가 있다. 울산 중구청이 노후된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창작실과 체험공간, 음악연습실, 체험실, 다목적홀 등이 마련돼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과 소통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34명의 지역 예술인들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1층에는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품을 감상하고, 구매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공간이 셈이다. 2, 3, 4층은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다. 

사진작업을 하고 있는 사진작가 권 일 씨는 “입주 작가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관광객들이 직접 볼 수 있다”면서 “예술가들이 순수 창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다”고 전했다.

창작소를 나와 옛 울산초등학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갤러리들이 많이 있는 곳이다. 문화의 거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갤러리는 라온을 비롯 아리오소, 가기, 201, 가다, 유, 로코코, 갤러리아 등 10여 곳이 넘는다. 이곳 갤러리들은 오는 2020년이면 문을 여는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낼 시너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문화의 거리 ‘갤러리 1호’라는 ‘라온’의 김미숙 대표(전통한지를 통한 창작)는 “시립미술관 개관을 계기로 갤러리와 작가들이 함께하는 미술 창작촌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갤러리 바로 옆 ‘마로니에’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 하며 문을 열자 초로의 주인이 반긴다. 이곳에서 지난 86년부터 카페, 호프집, 찻집 등을 해오다 최근 문을 닫았다. 건물 안쪽의 정원은 그대로다. 도심 건물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봄’을 키웠다.

군데군데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조경수의 가지들도 새순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이 건물은 옛 학성여관이다. 내부에는 아직 일본식 건축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중구청에서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모양이다. 

중구 골목길의 여러 풍경.(왼쪽부터 근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골목길. ‘똑딱길’ 표지. 옛 성남동사무소 인근 고복수길 조형물)

◆ 이야기 가득한 원도심의 골목길

마로니에를 나오니 길바닥에 ‘똑딱길’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동행한 노선숙 중구 문화관광실장은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길”이라고 설명한다. 골목은 좁다. 반대편에서 사람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죄송합니다’‘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야만 할 것 같다.

골목의 첫 집은 방금 들른 옛 학성관 건물이다. 학성관의 정원을 볼 수 있도록 낮은 담장에 사각 구멍을 내었다. 담장너머를 볼 수 있도록 조망대도 설치해 놓았다. 다음 건물엔 타일벽화가 ‘시간의 나무’라는 제목으로 걸렸다. 

똑딱길은 고복수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고복수는 일제강점기 ‘타향살이’로 데뷔해 일본과 만주를 오가며 한 세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수다. 낡은 담장과 담벼락에는 고복수를 연상시킬만한 각종 벽화와 조형물로 채워져 있다.

고복수 선생이 다녔을 법한 점방과 공연장 등도 재현해 놓았다. 중구청에서 고복수길 가운데쯤에 있는 공터를 매입해 음악창작소와 살롱을 만든다고 한다. 머잖아 ‘타향살이 몇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로 시작되는 구수한 노래 가락이 골목길에 가득할 것 같다. 

원도심 일대 골목길을 잇는 ‘울산큰애기 이야기路’는 4.5km나 된다. 60여개 지점에 추억을 떠올릴 만한 벽화와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이 길은 다시 ‘큰애기이야기로’, ‘추억길 이야기로’, ‘울산읍성길 이야기로’ 등으로 나눠져 각각의 이야기를 담았다. 

중구 원도심 ‘문화의 거리’ 모습

◆ 미술관건립, 울산객사복원도 가시권

고복수길은 근대역사문화관으로 재탄생 할 옛 성남동 사무소 자리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옛 울산의 관아였던 동헌이다. 그 옆에는 시립미술관이 들어설 박상진공원이다.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는 가림막에 막혀있다. 발굴과정에서 땅속에 묻혀있던 옛 울산객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왔다.

울산객사는 초등학교가 건립되기 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남아있다. 발굴된 유구와 사진으로 거의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울산시립미술관과 울산객사는 울산의 원도심 관광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어둑해지자 따뜻한 밥집과 선술집이 생각난다. 하지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거리엔 맛갈나는 현대식 식당이 가득하다. 좁은 골목길을 잘만 찾아가면 수십 년을 거뜬히 지켜온 소문난 맛집들도 숨어있다. 그도 아니면 밤 깊도록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큰 애기 야시장’도 인근에 있다. ‘보세거리’ 등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노선숙 중구 문화관광실장은 “울산 원도심에는 산업화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건물과 흔적들이 많다. 지난 수년간 재생사업을 벌인 결과 거리와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멋이 있는 곳이 되었다. 조만간 중구 원도심 관광을 안내할 관광안내소도 문을 연다.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는 울산여행의 백미’로 손색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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