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복식전·단체전으로 인간·인공지능 공조 타진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커제(柯潔) 9단에 이어 복식전과 단체 상담기의 새로운 형식으로 인간의 도전을 받는다. 이 중에서도 상담기는 인간팀이 승리할 확률이 그나마 높은 대국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글 딥마인드와 중국바둑협회는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행사에서 이 같은 바둑 대국을 벌인다.

커제 9단이 알파고에 2연패하면서 사실상 인간이 인공지능에 자존심을 세울 기회가 무너진 이상 단체 상담기가 마지막 남은 기회라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오전 8시30분(현지시간)부터 알파고A와 구리(古力·34) 9단, 알파고B와 롄샤오(連笑·23) 8단이 각각 복식조를 이뤄 상대와 대결하는 페어대국이 펼쳐진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가며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함께 배운다'는 콘셉을 도입한 새로운 대전 방식이다.

수많은 세계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구리 9단은 이세돌 9단의 라이벌로도 한국에 잘 알려졌고 롄샤오 8단은 개성이 강한 성격에 중국내 성적이 출중한 신세대 바둑기사다.

상대와의 호흡이 중요한 바둑대국에서 인간과 기계 파트너가 얼마나 서로 잘 이해하며 공조를 취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으로 정해졌다.

이어 오후 1시 30분부터는 천야오예(陳耀燁·28)·저우루이양(周睿羊·26)·미위팅(미昱廷·21), 스웨(時越·16)·탕웨이싱(唐위星·24) 등 9단 기사 5명이 상의하면서 단체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가 열린다. 5명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정상급 기사들이다.

대국 앞둔 커제 구리 저우루이양 스웨 탕웨이싱 미위팅 9단[연합뉴스 자료사진]
대국 앞둔 커제 구리 저우루이양 스웨 탕웨이싱 미위팅 9단[연합뉴스 자료사진]

알파고의 한계와 창의력을 테스트하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서로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이 대국의 취지다.

실제 최고의 기사 5명이 머리를 맞대 연구하면서 최적의 수를 찾을 수 있는데다 커제 9단 홀로 받을 수 있는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덜면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기계 대결에서 그나마 승산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성용 9단은 "골프로 치면 한 선수가 여러 사람을 상대로 플레이하면서 상대편중 가장 좋은 볼에 대항해 승패를 결정하는 베스트골 매치"라며 "상담기를 지게 되면 앞으로 절대 인간은 알파고를 이기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이중 저우루이양 9단은 딥마인드의 초청을 받아 비밀리에 알파고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기사다. 알파고의 약점이나 버그를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이번 단체전은 지게 되더라도 비판이 한사람에게 몰리지 않기 때문에 알파고에 대한 필승 공략법의 하나로 꼽히는 흉내바둑을 시험해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상담기 제한시간을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3회씩으로 커제 9단과의 일대일 대국보다 줄여놓은 것은 인간팀에게 다소 불리한 대목이다.

구글은 이 두가지 새로운 형식의 바둑 대국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화합, 공존을 강조하는 장으로 삼을 계획이다. 구글 측은 상담기와 페어대국에서의 승리 상금은 공개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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