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당사동 해안습지 300㎡
산책로·전망데크 공사로 훼손
대형데크 지하수 물길까지 막아
구청 “신고접수 후 공사 중단”
낙동강환경청, 북구청 고발키로
2013년 보존·관리 지적엔 뒷짐

울산생명의 숲 정우규 이사장 등이 29일 북구청이 북구 당사동 일대 해안 산책로 데크공사 중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갯봄맞이’ 자생지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갯봄맞이 자생지가 지자체의 산책로 공사로 무분별하게 훼손됐다.  

공사를 발주한 북구청은 해당지역에 멸종위기종이 자생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반응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는데다, 멸종위기종 발견 후 아무런 보존조치가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9일 울산생명의숲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갯봄맞이의 자생지인 울산 북구 당사동의 해안 습지 300㎡가 산책로와 전망 데크 공사로 훼손됐다. 

이곳 습지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안가 습지로 개구리가 알을 낳고 생육하는데다 여러 초본식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종 2급인 ‘갯봄맞이’가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었다. 

쌍떡잎식물 앵초목에 속하는 갯봄맞이는 바닷가 습지에 자생하며, 5월부터 9월까지 연분홍색 꽃을 피운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보통 추운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동북아시아 최남단 지역에도 서식하고 있어 기후변화의 생물사례로서도 희귀한 종이다.

2000년대 이후 강원 속초, 경북 포항 등지에서 갯봄맞이가 발견되자 지난 2012년 7월께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울산생명의 숲 공동대표인 정우규 박사가 이를 발견하면서 보존·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북구청의 무분별한 공사로 군락지가 훼손된 것이다.

생명의숲 측은 “북구청이 해안 둘레길 공사를 하면서 갯봄맞이 서식지인 습지가 완전히 훼손 일보직전”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알렸음에도 다 자란 갯봄맞이 조차도 공사 잔재물로 덮어버리는 흔적이 있다. 의도적인 훼손이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해안경관 조망용인 타원형태의 넓은 데크는 하부 지지 콘크리트가 지하수 물길 등을 막아 더 이상 습지로서의 명맥을 완전히 잃었다”며 “시민단체의 신고와 구의원을 통한 문제제기를 받고도 북구청은 주변에 테이프로 접근 금지를 알리는 것에 그칠 뿐 꼼꼼한 조사와 적극적인 생태회복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발견 당시 시에서 생태보호구역 지정 등 조치가 없어 갯봄맞이 군락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멸종위기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을 알았는데도 공사를 감행할리가 없지 않나”라며 “공사 잔재물로 군락을 덮었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신고를 접수한 즉시 군락지 인근의 공사는 중단한 상태며 생태습지 등에 영향이 없는 구간의 공사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명의숲은 “이곳을 복원하지 않는 이상 멸종위기종 갯봄맞이는 다시는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데크가 막아버린 물길을 살리려면 현재의 데크는 철거해야 한다. 북구청은 데크를 철거하고 속히 멸종위기종 갯봄맞이를 살려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5일 현장을 확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북구를 고발하기로 했다. 환경감시단에 조사 결과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