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50% 납부에 남몰래 수백억원 기부…비정규직도 1%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기업 총수들이 불려가 ‘당부의 말씀’을 듣던 ‘기업인과의 대화’에 이례적으로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대화에 “15대 그룹 중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대 그룹과 대한상의 회장,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우수 중견기업인 오뚜기 등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청와대에 초청을 받았을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상생협력’의 모범 사례로 포함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뚜기 사례를 부각시키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힘써달라고 부탁할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에 ‘갓뚜기’라는 칭송이 나온 이유는 다름이 아닌 이윤 추구에 앞서 철저하게 원칙을 지킨 경영 철학에 있다. 갓뚜기는 신을 의미하는 영어 갓(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이다. 

이는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훨씬 큰 다른 대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은 "비정규직을 쓰지 말라"는 창업자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말에 따라 3전체직원 3099명 중 비정규직 비율이 1.16%(36명.올 1분기 기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오뚜기는 마트에 파견하는 시식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에 오뚜기 측은 “오히려 우리 회사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가 갓뚜기로 등극한 데에는 정규직 채용 보다는 함 회장이 지난해 9월 작고하면서 뒤늦게 알려진 선행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함 명예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에 기부하기 시작했고, 총 4242명의 선천성 심장병 아동에게 도움을 줬다.

또 2015년 11월에는 오뚜기 주식 3만 주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는데, 이 주식은 315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은 금융감독원에 보유주식 감소 내용을 보고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담이 됐다. 

최근 김석봉 석봉토스트 사장은 자서전을 통해 함 명예회장의 선행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2000년대 초 서울 무교동 등지에서 노숙자들에게 토스트를 무료로 나눠줄 때, 오뚜기가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해줬다는 것이다. 

아울러 오뚜기는 라면 값을 10년째 올리지 않고 있다. 국민 간식이나 식사대용인 라면 값 인상은 서민 물가에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오뚜기 미담의 정점은 '꼼수없는' 상속세 납부다. 함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함영준 현 
회장은 상속받은 오뚜기 주식 46만(3500억원)에 대한 세금 1500억을 5회에 분납하겠다고 밝혔다. 

30억원 이상의 주식 상속세는 50%다.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들이 2,3세 경영을 이어갔지만 편법 증여 문제에서 자유로운 곳이 없을 정도라는 점에서 국민적 감동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오뚜기는 선행에서만 두각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 

오뚜기는 지난해 사상 첫 매출액 2조원을 달성했고, 지난 3월엔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50대 브랜드에도 이름을 올렸다.

‘진라면’에 이어 ‘진짬뽕’이 인기를 끌면서 라면 업계 2위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갓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성원이 구매운동으로 이어진 점이 큰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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