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방안 검토·분석 단계
  현장 의견·본청 자문 구해야”

경찰조직 내부의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지방청 중심의 수사 전문성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일선 경찰서로 흩어진 수사권을 지방청으로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경찰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지능팀'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최근 지방청 중심의 수사 체제 구축을 지시한 가운데 변화가 불가피해진 일선 경찰서는 동요하고 있다. 사진은 남부경찰서 지능팀 팻말.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21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최근 간부 회의에서 “지방청 중심의 수사 체제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황 청장은 구축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라면서도 각 경찰서 수사과의 ‘지능팀' 해체를 일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능팀은 일선 경찰서에서 고소·고발 사건 중 피해 규모가 크거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수사를 담당해온 부서다. 수사 핵심 부서였던 만큼 ‘지방청 중심의 수사 체제'를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한 곳이다.

이날도 수사과는 황 청장의 지시에 따라 각 경찰서 지능팀장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일선 현장의 실정과 여론을 수렴했다.

황 청장의 이번 지시는 취임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계획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황 청장은 울산경찰청장으로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수사 기능을 일선 경찰서 중심에서 지방청 중심으로 가져와 정예·전문화된 인력으로 높은 수준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일선 경찰서는 대민업무에 집중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의 FBI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황 청장이 취임한 이후 경찰서에서 처리하던 사건 중 일부는 지방청으로 재배당되고 있다. 울주군 자수정동굴나라 물놀이장에서 4살 남아가 물에 빠진 사고와 관련한 수사는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맡고 있다.

청장의 지시 사항이 알려지면서 지능팀 해체, 지방청으로의 흡수·통합, 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 확대 등 여러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부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다수의 일선 직원들은 동요하는 모습이다. 중부·남부·동부·울주경찰서 지능팀 직원은 40여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아직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청장의 지시는 큰 틀에서 이뤄진 것이고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분석하는 단계”라며 “현장 의견을 반영하고 본청에도 자문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청장의 업무 성향으로 미뤄 경찰청 본청의 지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방안은 이번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황 청장은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 인력을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지 사흘만에 직원 기동대 84명을 지구대·파출소에 투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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