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126개 먹어도 된다는 식약처 발표에 야당 일제히 질타

류영진 식약처장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살충제 계란파동과 관련해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대응을 제대로 못한데다 부적절한 발언을 하면서 구설수에 올라 야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기관장 재임 중 1호 경질 사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야3당은 일제히 살충제 계란을 성인이 하루 126개까지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식약처의 발표를 집중 질타하면서 류 처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총리가 책임총리답게 식약처장을 해임건의안 1호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류 처장의 발언을 '신적폐 사례'로 규정하며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해 파악도,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지만,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했고, 어제 상임위에서는 코미디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전문가 경고가 이어지는데 정부는 남자답게 살충제 계란을 먹으라고 홍보하는 꼴"이라며 "대책을 세우랬더니 먹어도 괜찮다는 정부가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류 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최측근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이게 탕평 인사인가. 탕평 인사를 두 번만 하면 사고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류 처장을 당장 교체하고 전문가로 대체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런 식약처장을 보고 정말 짜증이 나는 건 국민"이라며 "엉터리 조사와 뒷북 대응으로 문제를 키울 만큼 키워놓고 이제 와서 문제가 없으니 먹어도 된다는 말로 오락가락하는 식약처장이야 말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도 류 처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전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을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발언한데 대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류 처장은 이날 제안 설명에 앞서 "전날 상임위에서 충실하지 못한 답변으로 원활히 상임위가 진행되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국무총리가 국민 불안에 대해 질책했는데 '짜증 냈다'고 발언을 하나"라며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국민과 정부의 신뢰를 잃은 류 처장은 조용히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류 처장이 "그동안 직원들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하자 박 의원은 "본인의 잘못을 남에게 돌리느냐"며 몰아세웠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건강한 사람만 국민인가. 신부전 환자나 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기준치보다 적은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을 먹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오제세 의원도 "몇 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는 발표가 꼭 필요했나"고 가세했다. 

여당 내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여당의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안돼 좀더 지켜봐야 겠지만, 업무를 떠나 총리를 상대로 짜증을 냈다고 말한 부분은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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