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폭주' 無대책 카카오1패 …카톡 기반 '생활편의' 역전 가능성도 

 

 

카카오(대표 임지훈)는 5일 카카오미니 소개 영상을 카카오TV의 카카오 공식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카카오

카카오의 첫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가 베일을 벗으면서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플랫폼 선점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등으로 주력 분야가 명확히 갈렸던 양사지만, 이번에는 같은 제품인 AI 스피커를 두고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AI 시장 주도권 확보가 핵심 목표만큼 웨이브와 카카오미니를 내세운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은 더욱 불불을 전망이다.

◇ 서버 폭주 無대책 '카카오미니' vs 2차 예약판매 '웨이브'…초기 판촉 카카오 敗

'카카오미니'는 18일 오전 11시 사전 판매 시작 약 40분 만에 준비 물량이 완판되면서 뜨거운 인기를 증명했다. 그러나 서버가 폭주하면서 사이트가 마비돼 접속조차 하지 못한 이용자들의 불만도 치솟았다.


판매 사이트인 '메이커스카카오' 접속조차 어려웠을뿐더러 힘들게 접속이 돼도 결제창 등 일부 시스템이 먹통이 된 탓에, 카카오 제품 구매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려던 예비 고객의 마음이 닫혀버린 것이다. 

누리꾼들은 "문재인 우표보다 사기 힘들었다", "카카오미니 사려고 1시간 정도 허비하고 보니 농락당했단 기분 밖에 안 든다", "트래픽 관리도 안 한 거 보면 그냥 노이즈 마케팅", "고작 3000대 팔면서 접속 장애라니"라는 등 서버 폭주에 대책을 세우지 않은 카카오에 불만을 쏟아냈다. 

반면, 네이버는 사전 판매 당시 카카오만큼 논란이 서버 폭주 논란이 일지 않았다. 물량도 더 많았지만 큰 차질 없이 인기리에 종료됐다. 더구나, 2차 예약 판매까지 진행하면서 1차 한정 수량 판매에서 아쉽게 구매 기회를 놓친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국내 첫 출시가 이뤄진 웨이브는 이벤트 시작 35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지난 14일 시작된 2차 예약판매 때에도 4000대 물량이 약 하루 만에 완판됐다. 앞서 지난 7월 일본에서 진행된 사전 판매 때도 완판을 기록했다. 

카카오미니 예판 물량이 순식간에 동나면서 2차 예약 판매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카카오 측은 "2차 예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10월 넷째 주 예약 구매자에게 제품을 배송한 뒤, 그 다음 주부터 정식 판매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구매 신청자들의 불편을 보상하기 위해 정식 판매 시 혜택 제공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제공 혜택은 비슷하지만, 카카오가 좀 더 파격적이다. 카카오미니 사전 예약 구매자는 정상가인 11만 9000원의 절반 수준인 5만 9000원에 살 수 있는 데다, 여기에 카카오미니 전용 카카오프렌즈 피규어 1종을 제공하며 이목을 끌었다.

무엇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1년 이용권'을 제공하면서 구매 열기를 높였다. 멜론 회원으로 '스트리밍 클럽'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매월 정기결제로 7900원(수수료 제외 금액)을 결제해 1년에 총 9만 4800원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카카오 미니 고객은 이 절반 가격에 혜택을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존 멜론 이용자들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WAVE'

네이버는 네이버뮤직 무제한 듣기 1년 이용권(9만 원)을 사면 웨이브를 4만 원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기기 정가 15만 원에서 무려 73%를 깎은 것이다. 이용권과 스피커를 합쳐 부가세 포함 14만 3000원에 책정됐다. 카카오가 더욱 공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세운 셈이다.

◇ 방대한 DB '확장성' 웨이브 vs 카카오톡 기반 생활 편의·친밀함 '카카오미니'

웨이브와 카카오미니는 외형 디자인은 다르지만, 대화형 AI 비서, 검색, 뉴스 확인, 음악 감상, 날씨 안내 등 주요 기능은 같다.

두 제품에는 각각 '클로바'(웨이브)와 '카카오 아이'(카카오미니)라는 양사의 AI 기반 기술이 탑재됐다. 두 스피커 모두 4개의 마이크가 달린 블루투스 스피커로 어떤 방향이든 음성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도 동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확장성' 부분에는 네이버의 우세를 점쳤다. 오랫동안 검색에 주력, 연구 개발을 지속해온 만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웨이브가 카카오보다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음성 명령으로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와 검색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음성 뉴스 브리핑과 영어 대화 기능도 넣었다.

반면,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확실한 무기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카카오택시, 대리운전, 송금, 지도 및 길찾기, 주문하기 등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미니 이용자 역시 더 쉽고 친밀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먼저 AI 스피커 시장에 진입했지만, 카카오가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 네이버 웨이브가 정전 터치식인 것과 달리 카카오미니는 위쪽에 별도의 버튼이 있어 디자인 면에서는 다소 번잡해 보일 수 있지만 작동은 더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카카오미니는 웨이브보다 크기가 작고 별도로 선으로 PC나 TV 등에 연결할 수 있어 좀 더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양대 포털과 국내 빅2 제조사인 삼성, LG전자와의 협력도 AI 경쟁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카카오는 AI 플랫폼 카카오 I(아이)를 삼성전자의 지능형 인터페이스 '빅스비'와 연동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빅스비에 "00에게 카톡 보내줘"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되는 식이다.

양사는 이처럼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분야 협력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선다는 포부다. 향후 AI 분야의 협력을 가전, IoT, 웨어러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 AI 비서 클로바는 글로벌 명성을 자랑하는 LG전자 가전과 콜라보를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2017'에서 LG전자와의 협력 계획을 밝히고 클로바를 접목한 가전제품과 서비스 등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내달 LG전자가 출시하는 스마트스피커 '스마트싱큐 허브'에 클로바가 탑재돼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을 전망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사용자의 생활을 변화시켜 줄 중요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면서 "대화 인식 등 AI의 기초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와 음원 등 서비스를 잘 연계했는지가 초반 승부를 가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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