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병원 경영악화 초래할 가능성 다분
심평원,  명확한 심사기준 제시해야 

 

장호석 의학박사울들병원 병원장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태어나면서부터 강제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의료보험이 있다. 바로 정부(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국민건강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국민이 사고나 질병으로 의료혜택을 받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보험공단)은 국민들로부터 세금처럼 보험료를 거둬들인다. 국민이 병원(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치료비의 약 20% 정도만 병원에 지불한다. 병원은 나머지 치료비 80%를 심사평가원(심평원)에 청구한다. 심평원은 병원의 청구내용을 심사해 잘못 청구된 것은 삭감하고 나머지 치료비 잔액을 보험공단에서 병원에게 지급하도록 한다. 따라서 정부가 한정된 재원으로 국민들이 이용한 모든 의료기관에 치료비를 올바로 지급하는 것은 마치 피자 한 판을 가지고 수 십명에게 나눠주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적자가 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누적된 국민건강보험의 흑자가 20조656억 원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이 흑자라는 의미는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에 비해 의료기관에 지급한 치료비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보험공단이 직접 운영하며 표준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산병원조차 의료행위의 원가보전율이 78%에 불과한 것이 최근 한 대학의 조사보고에 의해 밝혀졌다. 이를 쉽게 바꾸어 말하면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100원이 소요됐지만 78원밖에 회수를 못하고 22원은 적자라는 것이다. 

병원의 근본적인 수입은 의료행위이다. 그런데 의료행위에 대한 원가보전율이 본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폐업하는 병원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의료기관 폐업현황 및 폐업사유별 현황’에 따르면 2016년 폐업한 의료기관의 숫자는 3,047곳으로, 한 달 평균 254곳, 하루 평균 8.3곳의 의료기관이 폐업한 셈이다. 폐업 의료기관의 숫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가장 많았으며, 주요 사유로는 경영난으로 분석됐다. 심지어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조차 의료행위만으로는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부대사업인 장례식장과 주차장 등의 부대사업과 임대사업을 통해 수입을 보전한다고 한다.

의료행위의 원가보전율이 매우 낮은 대표적인 이유는 심평원의 삭감이다. 심평원의 주장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심사기준을 지키지 않고 과잉진료 또는 부당청구를 했기 때문에 삭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심평원은 심사기준을 제대로 규정해놓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과잉진료 또는 부당청구라며 삭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리고 불만이 있으면 이의제기, 심판청구를 거쳐 행정소송까지 하라고 한다. 실제로 필자는 최근  심평원의 부당한 삭감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으며, 우여곡절 끝에 심평원에서 삭감한 치료비를 다시 되돌려 주겠다고 하여 행정소송을 취하했었는데, 이는 심평원 스스로 부당한 삭감을 인정한 셈이다.  

지금도 병원 경영이 어려운데, 정부는 최근 미용 및 성형을 제외한 모든 치료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의료비의 원가보전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기뻐하겠지만 현행처럼 할 경우 병원의 경영악화로 공공의료가 무너질 것이 걱정된다. 정부는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인들과 직원들도 국민들임을 감안해 그들의 생계터전인 병원이 무너지지 않도록 의료비의 원가보전율부터 정상화하고 심평원은 명확한 심사기준을 제시하여 올바른 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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