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장기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신임 지부장은 최근 집행부 출범식 연설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연내 타결이라는 시간에 쫓겨 졸속합의는 하지 않겠다. 필요하면 파업은 물론 더 큰 위력의 투쟁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수 년간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는 회사도 노조의 파업 압박에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임원들은 연봉 일부를 자진 반납하고, 관리자들도 임금을 동결하는 등 일찌감치 위기극복에 동참하며 자동차 시장에서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는 경영위기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노조원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며 파업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노조는 임금 양보가 회사 위기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논리에다 마치 대단한 선심을 쓰는 듯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회사의 비상조치가 나온다면 노조 집행부도 함께 고민하겠다”며 모호한 조건부 발언으로 사실상 방관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다. 

회사 실적이 좋을 때는 노조원의 피와 땀으로 일군 성과라고 자찬하며 최대의 성과 분배를 요구하면서 실적이 나빠지면 경영진에 모든 책임을 돌리며 고통분담을 하지 않으려는 노조의 이중적 잣대는 여론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노조가 그토록 강조하는 ‘노조원 자존심’의 실체는 대체 무엇인가. 돈인가? 파업인가? 

자존심의 사전적 정의는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는 마음’이다. 남에게 굽히지 않는다는 것은 억지를 부리며 버티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다는 의미다. 

임금·복지 수준이 현저히 낮은 해외공장보다 생산성, 회사에 대한 마인드, 근무모럴 등 거의 모든 면이 뒤쳐지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위기 상황에서 노조가 콘크리트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결국 외력에 의해 부서지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회사의 생산성·원가절감 등 몫을 키우는 문제에선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는 이상범 전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충고를 노조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전국최대 규모다. 노동계의 맏형 답게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한층 성숙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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