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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시] 피아노와 아버지

기사승인 2017.11.14  22:30:00

김옥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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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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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집 응접실에 있던 피아노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날 저녁 내가 잠이 깨어 있는 줄도 모르고
평소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다정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큰 놈에게 딴따라 음악공부 고마 때리 치아뿌라꼬 
중학교 1학년 때 부셔버렸던 그놈의 기타 때문에
1년 동안 내캉 말도 안하던 놈을 
당신이 겨우 달래서 사준지 얼마 안 된 새 피아노를 
우리가 팔아 묵어 버렸으니 가출이라도 하면 우짜겠소,
형편이 어려워도 피아노를 다시 사 줍시다
사실은 나도 그림쟁이고 당신도 음악을 하였으니
그토록 원하는 음악공부를 시켜 줍시다"


잠든 척 하던 까까머리 열다섯 살 소년은
아버지의 그 말에 코끝이 찡하여 눈물을 훔쳤다
장남이 음악공부 한다고 그렇게 야단치던 
무서운 아버지가, 화가이고 음악가였던 어머니가 
아들을 응원하고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날 밤 아버지의 따뜻한 목소리 때문이지
창문 너머로 울려다본 밤하늘의 빛나는 별 때문인지
소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로부터 여섯 달이 지난 후 우리 집에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음악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의 화실 캐비넷에서 발견된 것은
내가 연습하던 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 카세트테이프와
은하수 별빛 아래 피아노를 치고 있는
한 소년을 그린 아버지의 유화 여섯 장 이었다.

 

김옥균 시인

◆ 詩이야기 : 아버지는 장남이었던 내가, ‘딴따라’가 되기보다는 글을 쓰고 남을 가르치는 교사나 학자가 되길 원하셨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아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늘 자리 잡고 계셨다. 그날 밤 아버지가 전축 뚜껑을 열고 레코드를 얹어 틀은 음악의 기억이 생생하다. 잠든 척 했던 나와, 잠 못 이룬 아버지는 코발트빛 한여름 밤 하늘을 수놓은 그 음악을 그날 밤 서로 같이 따로 들었다. 아버지는 미술교사로 근무하면서 내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유화로 남겼다. 그렇게 아버지의 따스함을 느끼고, 음악가의 희망을 키우던 나는 음악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 방송국 음악전문 프로듀서가 됐다. 지금도 피아노를 칠 때 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 약력 : 김옥균 시인은 부산 출생, 울산 거주. 1990년 월간 ‘시문학’ 등단. 시집 ‘누군가 그리우면 밤기차를 타라’ 외 다수. MBC 부산문화방송PD 퇴직. 현재 울산기독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

김옥균

입력.편집 :   2017-11-14 21:02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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