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래와 공존의 길을 걷다  3.포경산업과 관경산업 극과 극의 동행

레이캬비크항구 고래탐사선 운항
천혜의 경치와 함께 고래 발견율 100%
고래관광 매년 10%씩 성장 ‘유망사업’
아이슬란드 관광객 중 20%가 고래관광

‘상업포경’ 허용… 매년 150여마리 수출
아이슬란드 국민 70% 포경에 찬성
“관광은 관광, 포경은 포경… 연관성 無”
“미국 알래스카서 포경권 갱신 추진
지지 조건으로 한국도 쿼터 확보 가능”

고래관광을 위해 관경선에 오른 관광객들이 고래탐사를 위해 추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이날 발견된 밍크고래 모습.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아이슬란드는 관경산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북구의 후사비크를 중심으로 시간에 쫒기는 관광객들을 위해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도 유람선이나 보트 등을 타고 먼 바다로 출항해 자연 속에 살아 숨 쉬는 고래를 볼 수 있다.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고래를 보기 위해 아이슬란드를 찾는다. 그런데 이처럼 고래관광산업이 자리를 잡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포경 국가다.

극과 극의 산업이 공존하는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고래관광협회나 국제동물복지기금 등에서 고래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 내 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나 국민적 반감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래 수입만으로도 각종 매체 등을 통해 이슈화 되는 부분과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위태로운 공존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가운데 관광산업과 포경산업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유지해 가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를 찾는다면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 특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편집자 주 

◆대서양의 고래를 만나다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 항구. 오전 8시 30분 이른 아침시간인데 항구 주변에는 가족단위의 관광객부터 단체손님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다들 카메라, 망원경 등 장비를 챙겨 단단히 준비한 모양새다.

취재진 역시 고래관광업체의 홈페이지 사진에 게시된 흑등고래가 물 밖으로의 나들이하기를 기대하며 배에 올랐다. 연간 50만명의 외부 관광객들이 고래를 보기위해 아이슬란드를 찾고 있는 만큼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고래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전액 환불이라는 점도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요소다. 100%에 근접한 확률로 발견되고 있어서 환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이용후기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이슬란드 최대포경업체인 흐발루 H/F의 대표 크리스티앙 로프손 씨가 포경산업은 상업일 뿐이며 금지되선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대서양의 찬바람을 맞서기 위해 구비된 방한복을 입고 선착장에 오른 관광객들은 조금씩 멀어지는 항구를 뒤로 하고 대자연과 웅장함에 우선 감탄했다.

배가 1시간가량 먼 바다로 나가는 동안의 무료한 시간은 아이슬란드 천혜의 경치가 함께 했다. 그 경치에 대한 감탄이 끝날 무렵에 처음으로 고래가 물 위로 포착됐다. 돌고래였다. 이후에는 밍크고래가 수면위로 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가이드의 흥분된 목소리와 관광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실제 보인건 비록 돌고래와 밍크고래의 등 뿐이었지만 살아있는 고래를 바다 위에서 실제로 본다는 것 자체에 관광객들은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수차례에 걸쳐 모습을 드러냈고 이 모습을 관광객들은 놓치지 않았다. 

아랍에서 온 한 관광객은 “아이와 함께 자연 그대로의 고래를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며 “아이슬란드의 드넓은 바다와 주변환경이 신비로움을 더했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간혹 나타난다는 흑등고래와 범고래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아이슬란드가 이야기 하는 관경산업의 정의가 생태관광에 있다.    

◆포경산업과 관경산업의 위태로운 공존

관경선들이 가득 자리하고 있는 레이캬비크 항구에는 홍보를 위한 ‘고래 관광’이라고 적힌 붉은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다. 관광대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아이슬란드에서 고래관광은 매년 10%씩 성장세를 보이는 유망사업이다. 전체 관광객중 고래관람 관광객 수가 20%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70만명의 관광객이 관경선에 올랐다. 

그런데 고래 관광선 사이에 낯익은 검은 배가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자료사진으로 보던 ‘흐발루(Hvalur)9’이었다. 흐발루는 아이슬란드어로 ‘고래’라는 뜻인데, 흐발루는 아이슬란드 최대의 포경업체 흐발루 H/F의 포경선 중 하나다. 

아이슬란드는 공식적으로 ‘상업적 포경’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다. 매년 긴수염고래(fin whale)와 밍크고래 150여 마리를 잡아 일본으로 고래 고기를 수출한다.

아이슬란드 최대 포경업체의 포경선 흐발루9과 흐발루8.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국제적으로 고래잡이가 금지된 국가가 많은 상황 등의 압력 속에서도 아이슬란드는 지난 30년간 수차례에 걸쳐 포경산업 재개를 선언하며 2006년 이후로는 포경산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고래 관광선과 포경선이 나란히 정박된 레이캬비크 항구의 풍경은 아이러니 하면서도 아이슬란드의 국민정서를 잘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관광산업이 활발하지만 아이슬란드 국민 70%는 포경에 찬성하고 있다. 

◆포경산업은 상업일 뿐이다 

아이슬란드 최대포경산업 업체인 흐발루 H/F 대표인 크리스티앙 로프손 (Kristjan Loftsson)씨는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포경산업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크리스티앙 씨는 지난 2005년 5월 울산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에 참석했던 만큼 울산 장생포 포경역사에 대해 상당부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포경산업 당위성의 핵심은 과거 역사와 전통적인 삶의 방식의 향유가 아니었다. 단순히 ‘비지니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광은 관광대로, 포경은 포경대로 하면된다”라며 “관광산업이 이뤄지는 곳은 근해이고, 포경산업이 이뤄지는 곳은 훨씬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환경단체의 반발 등이 있다고 꼭 필요한 산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한국도 포경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미국이 알래스카에서의 포경권을 갱신해야 하는데 이를 지지해 주는 조건으로 한국의 쿼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마찰로 고래고기를 수출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고래고기 판매에 대한 매출이 없는 상황이다. 

고래고기는 필수재가 아니다 보니 공격적으로 무역량을 줄이고 있는데 이 같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염원과 함께 “고래고기를 많이 먹어라”고 강조하며 웃어보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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