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브리스톨대 등 '기대수명 영향 연구' 발표…논란일 듯

 

2011년 3월 12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현 원자력발전소 폭발이 우려되자 주민들이 피난소로 대피해 있다.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대규모 강제이주가 이뤄졌으나 이에 따른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면 이 중 대부분은 불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영국 브리스톨·맨체스터·워릭·런던대와 영국 개방대(Open University) 등의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분석 논문을 국제학술지 '공정(工程) 안전과 환경보호'(Process Safety and Environmental Protection)에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브리스톨대 토목공학과에서 위험관리를 가르치는 필립 토머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강제이주나 일시대피 등 안전조치에 드는 비용과 이런 안전조치에 따른 기대수명의 변화를 비교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대피령이 내려져 11만명이 사고 인근 지역을 떠났고 4년 반이 지나서도 8만5천명이 원래 거주지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으나 비용과 편익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런 조치는 필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 4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강제이주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불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주민들이 모두 원래 거주지로 돌아와서 살아도 괜찮다는 주장이다.

1986년 당시 소련 우크라이나 사회주의공화국(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참사의 경우, 사고 후 1990년까지 33만5천명이 다른 곳으로 강제이주됐지만 이 중 영구적 강제이주가 필요했던 비율은 10∼20%에 불과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는 다른 곳으로 이주하지 않고 살던 집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방사선 노출에 따른 기대수명 감소분이 9개월 이상으로 예상되는 주민은 강제이주를 시키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그대로 살도록 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연구진은 대규모 원전사고 후 방사선 노출이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 이를 대기오염에 따른 수명 단축 폭과 비교했다. 이에 따르면 평균적 런던 거주자의 기대수명은 대기오염으로 4.5개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맨체스터 거주자의 평균 수명은 런던 북부 해로 구역에 사는 비슷한 조건의 사람보다 3.3년 짧았다.

방사선 노출에 따른 기대수명 단축 폭이 보통인 여건에서 대기오염에 따른 단축보다 크게 심각하지 않은 경우는 강제이주가 불필요한 조치라는 논리다.

동일본대지진 후 피난민
동일본대지진 후 피난민 동일본대지진 발생 3년 6개월 후인 2014년 9월 일본 미야기 현의 한 가설주택 단지에서 걸어가는 노인의 모습.  

다만 이런 방식으로 방사선 노출에 따른 평균 수명 감소분 예상치를 계산하고 이를 근거로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을 하는 방식으로 사고 후 대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 교수는 "대규모 강제이주는 비용이 많이 들고 사람들의 삶에 큰 혼란을 준다"며 이런 조치가 대형 원전사고가 있은 후 반드시 취해야 하는 것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원전사고 후) 정책결정자의 좌우명은 '이주'가 아니라 '대책'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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