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위기의 車산업 돌파구는?… 공생의 길 찾아라

 현대차 글로벌시장 판매 급감
 전문가 “본격 위기국면 돌입”
 노사관계 악화·고비용저효율
 경쟁력 약화 주요 원인 지적

 노조는 위기에도 투쟁 예고
‘강성 노조’ 국민들 시선 싸늘

“대화·협상으로 합의 도출…
 노사 공생 토대 마련해야”

2~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완성차 산업은 울산지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가는 핵심 산업이다.

이런 자동차 산업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미국 등 해외 주력시장의 판매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러다임을 쫓아가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허약한 기업체질이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 “자동차산업 위기 심상찮다” 한 목소리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가 지난달부터 중국시장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판매실적으로 보면 여전히 하락 추세다.

지난달 현대차 국내공장의 해외 수출은 7만4,99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나 감소했으며, 해외공장의 판매 실적(26만6,067대)도 3.4% 감소했다. 최대 주력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직접적 원인이다. 

국내 판매 또한 그랜저, 코나, G70 등 신차 효과로 인해 전년 동월대비 12.3% 증가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여전히 11.2%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본격적인 위기국면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일 국가미래연구원이 개최한 산업경쟁력포럼 세미나의 ‘한국자동차 산업의 발전과제’ 토론에서 역시 이 같은 발언이 쏟아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수욱 서울대 교수는 “최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데 주요 원인으로 노사관계 악화로 인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 신흥 자동차 생산국의 성장,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미흡 등이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동차 산업 종사자 수는 증가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은 증대되고 노동생산성은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제 토론에 나선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4차 산업을 논하고 있지만 우리 자동차업계는 그 동안의 모방을 바탕으로 한 추격자 전략으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근시안적이며 자기 영역 보호를 위한 주장으로 인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홍재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한국 자동차의 수출이 2012년 317만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해 작년 267만대까지 후퇴했다”며 “고임금 구조, 경직적 노사관계 등은 십 수년째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 저해요소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극복 외면하는 노조...바라보는 시선 곱지 않아

현대차의 유례없는 판매 부진과 전문가들의 경고 속에도 노조는 본격적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변화된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협상에 매달리지 않고 12월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기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위기극복에는 동참하지 않는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현대차는 국내 최고수준의 임금과 복지 수준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노사관계 전문가는 “쟁의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보긴 어렵다”며 “하지만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완성차 업체의 파업은 기업의 경쟁력 하락 및 협력사 피해, 나아가 국가 경제 악영향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 현대차가 파업에 돌입하자 지역의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급감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의 매출, 생산 등 주요 경영활동의 결과와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해 그 결과를 지수화해 산출한 지표로 지역의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노사 전문가는 “현대차는 이미 8월 파업으로 인해 상당한 생산 차질을 빚었으며 수많은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었다”며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합의 도출로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고 노사가 공생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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