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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에세이 칼럼] 흑인 혼혈 이혼녀를 손주며느리로 맞는 영국 여왕

기사승인 2017.12.06  22:30:00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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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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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다이애나 잃고 방황한 손주
행복하지 못한 금수저 해리 왕세손
아버지 찰스 이혼녀와 재혼 금기깨
91세 엘리자베스 2세 오래 살다보니
온갖 풍파…왕실도 못말리는 자식들

 

영화 <천 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은 16세기 영국의 종교개혁을 촉발시켰던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1969년도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앤 불린을 통해 사랑을 성취하고 사내 아이를 생산함으로써 취약한 왕조의 기반을 다지려는 헨리, 왕비의 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결코 헨리의 사랑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앤, 이 두 주인공들의 관계가 중심축을 이루며 전개된다.


하지만 헨리 8세는 다섯 왕비를 거치면서 둘을 처형하는 폭군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처형된 왕비 중 하나인 앤 불린의 딸이 후일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된다.


그 엘리자베스 이름을 물려받은 91세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96세의 남편 에든버러 필립 공이 지난 11월 20일 결혼 70주년을 맞았다. 1939년 당시 13세의 엘리자베스 2세가 왕실 소속 다트머스 해군대학을 방문 했을 때 사관 후보생 필립 공이 안내를 맡으면서 두 사람은 알게 됐다. 여왕 부부가 1947년 결혼식을 올렸던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20일 오후 1시 축하 종을 울렸으며 버킹엄궁은 최근 촬영한 엘리자베스 여왕 부부의 새 인물사진을 공개했다. 여왕 부부는 네 자녀를 비롯해 8명의 손주, 5명의 증손주를 뒀다.


그런데 영국 왕위 계승 서열 5위인 해리 왕세손(33세)과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36세)의 내년 봄 결혼 발표가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영국 BBC는 마클은 미국인이자 배우이고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데다 이혼을 했다며 영국 왕실을 뒤흔들 결혼이라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해리와 마클은 영국 왕실 결혼의 금기를 모두 깼다. 영국 왕실은 전통적으로 배우자를 맞을 때 가톨릭, 평민, 이혼 이력 등을 금기시 한다. 마클은 이 세가지 금기를 다 깼다. 마클은 1981년 미 로스앤젤레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가톨릭 계열 사립고등학교를 나왔다.


백인 아버지는 할리우드의 조명감독이고 흑인 어머니는 요가강사다. 마클과 해리 왕자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영국 언론은 마클이 혼혈에다 연상의 이혼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당시 해리 왕자는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공격을 멈춰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이 분명했다. 1936년 영국 왕좌에 오른 에드워드 8세는 미국 사교계의 이혼녀 월리스 심프슨과의 결혼을 위해 즉위 11개월 만에 왕좌에서 물러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가 뜻하지 않게 왕위에 오른 계기가 됐다.


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동생 마거릿은 1953년 열여섯살 연상인 이혼남 피터 타운젠트 대령과 사랑에 빠졌지만 결혼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영국 왕실의 금기는 하나씩 깨졌다. 해리 왕세손의 어머니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이혼한 찰스 왕세자가 이혼녀인 커밀라 파커 볼스와 결혼하고, 형인 윌리엄 왕세손이 평민 출신인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했다.


어머니 다이애나를 일찍 여윈 해리는 오랫동안 ‘반항아’ 이미지로 입질에 오르내렸다. 10대 후반이었던 2002년 대마초를 피우다 기소돼 아버지 찰스가 마약 재활클리닉에 보내기도 했다. 2005년에는 한 파티에 나치 제복을 입고 등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급기야 2012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여성들과 누드 파티를 가진 사실이 공개되면서 왕실의 문제아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는 열세 살 때 비극적 죽음을 맞은 어머니 다이애나의 사망 20주기를 앞둔 지난 4월 언론 인터뷰를 자청, “뜻밖의 어머니 죽음으로 20대 말 한 때 혼돈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 놓았다.
해리의 선택은 여러모로 아버지 찰스 왕세자와 대비된다. 찰스는 20대에 평민 커밀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의 반대에 부딪혀 귀족 다이애나와 결혼했지만 불행했다. 


91세의 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로서는 오래 살다보니 온갖 풍파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영국 왕실 역시 자식들의 일에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왕실의 반항아에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해리 왕세손. 혈통과 부, 명예 게다가 만인에게 사랑받는 어머니까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그에게 세 살 연상의 이혼녀이자 흑인 혼혈 마클은 천사였을까.

김병길 주필

기사 수정 :   2017-12-06 21:14   김지은 기자
입력.편집 :   2017-12-06 21:13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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