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고속질주 도요타, 노조 태클에 고전 현대차… 뻔한 경쟁

‘노사관계 안정·질적 강화’ vs ‘불안한 노사관계 위기 조장’ 대조
 국내공장 변화 않으면 강성노조에 무너진 濠 차산업 전철 밟아
 노동·생산유연성과 임금경쟁력 높은 해외공장 귀감 삼아야

“현대차가 도요타와 경쟁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리다.” 이는 현대차 현주소를 대변하는 국내 자동차업계 전문가의 가감 없는 진단이다. 

◆50년 이상 무분규, 연구개발력이 재기의 발판=7년 전 가속페달 결함으로 미국하원 청문회를 겪은 도요타는 심기일전 초심으로 돌아가 재기에 성공하며 고속질주 중이다. 반면 현대차는 ‘노사관계’라는 고질병 때문에 미래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도요타는 잇단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근 도요타는 유럽 판매대수가 지난해 대비 14.4% 증가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승용시장 점유율이 17.5%까지 치솟았다. 

도요타 재기의 원동력으로 1960년대 초반 이후 무파업 노사관계 안정을 지목할 수 있다. 도요타는 안정적인 노사관계와 엔저효과 덕분에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높일 수 있었다. 리콜사태 이후 친환경차 생산체제를 강화하는 등 질적 강화로 전략을 수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풍부한 연구개발 여력 영향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임금(단협)협상, 신차협의 등 노조 등살에 맥 빠진 현대차=반면, 한때 초고속성장을 하며 미래 도요타의 주목할 경쟁상대로까지 조명됐던 현대차는 최근 처참한 추락을 맛보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미국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7%나 감소했다. 일본 군소업체인 스바루 등에 따라 잡히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도요타와의 경쟁 불가능’의 첫 번째 원인을 꼽자면 불안정한 노사관계다.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노조파업으로 1조원이 넘는 생산피해만 입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31년간 4차례 빼고 매년 파업을 펼쳐왔다. 차량생산을 볼모로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연례행사는 앞으로도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관계 병폐에는 임금/단체협약에 관한 노사협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차 맨아워협의, 물량 증산/이관 노사협의도 노조 덫에 걸려 회사 뜻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다. 현대차 내에서는 노조가 반대하면 신차를 생산할 수도 없는 구조다. 

얼마 전에는 소형SUV 코나 추가 생산 문제 때문에 노조가 파업하는 기막힌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는 “잘 팔리는 차종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은 당연한 생산조치로 노조 동의를 받고 말고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안이다”고 밝혔다. 또 “직원 고용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인기 차종을 만들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경우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지적했다.

코나는 현대차 최초의 소형SUV로, 출시되자마자 국내시장 석권, 판매고에 시달리는 현대차 부활의 첨병 등 효자차종이자 구세주다. 하지만 노조는 비합리적 이유로 코나 추가 생산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게다가 파업 등 쟁의행위 기간에는 이러한 노사협의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노조의 조치도 생산유연성을 저해하고 있다.

◆국내공장보다 나은 현대차 해외공장=현대차 노사관계를 들여다보면 현대차 해외공장이나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국내공장이 얼마나 경쟁력이 취약한 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현대차 해외공장의 경쟁력이 국내공장보다 우위에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비록 시장환경 영향으로 일부 해외공장이 고전 중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공장 강화가 생존해법이라는 견해에 설득력이 있다. 왜냐하면 해외공장의 경우 노조문제도 없고 인건비와 생산성 등이 글로벌 업체와 경쟁이 가능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된 요소는 노동경쟁력. 우리의 노동경쟁력 수준은 세계 꼴찌 수준으로 여기에는 국내 최대 노동조직인 현대차 노조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노조의 입김이 과도할 경우 산업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호주 자동차산업의 몰락 과정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호주는 대외여건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강성노조로 인해 생산비용이 증가해 차 산업을 포기했다. 호주 자동차산업의 퇴출 과정은 현재 현대차가 처한 노사관계와 매우 흡사하다. 

업계에서는 “매출액의 15%인 인건비, 낮은 생산성, 노조 간섭 등 성장제약이 산재한 현대차가 문제 개선 없이 국내생산을 유지하는 것은 자멸을 재촉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술력, 판매력, 품질력 등이 좋아도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퇴색하므로 현대차에 있어 생산문제는 곧 노조와 직결되기 때문에 ‘노사관계 측면의 대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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