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V현장출동-‘사이렌’의 종착지가 내 집이라면?   
<2>번화가·아파트 소방로 무용지물

공간 협소 노후 아파트 막무가내  주차 소방차 진입 막아
소방차전용차선 있으나마나…번화가 모퉁이 주차 버젓

다중이용업소 주변 불법주정차 범칙금 상향 등 처벌 강화
지자체, 현황 파악 후 소방로 확보 종합 대책 마련해야

남구 달동 번화가에 출동한 소방차가 도로변 주차차량과 광고판 등 장애물에 막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같은 집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곧바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소방로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울산지역 상당 수 아파트와 상가 도로는 불법주차차량과 장애물들로 인해 소방차량의 진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노후 아파트 소방차 진입조차 어려워= 울산 남구 달동의 한 아파트 단지. 건립된 지 2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퇴근시간이 지나면 입구부터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일반 차량조차 접근하기 어렵다.

취재팀은 평일 오후 7시 30분께 소방차량과 함께 이 아파트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입구 근처에서 포기해야했다.

주민들의 차량이 막무가내로 아파트 내부를 점령해 가뜩이나 좁은 도로는 승용차도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를 주차할 수 있게 지정해놓은 소방차전용차선도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 아파트 곳곳을 둘러본 결과 여전히 화재사고에 무방비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화재가 발생할 경우 제천참사 때처럼 소방인력이 멀찍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파트 관계자는 “장소가 협소해서 그렇다. (아파트)지을 때에 공간을 넓게 하든지, 지하주차장을 만들어야 했다”며 “평소에 소방차 진입로 얘기를 꾸준히 하고 안내방송도 내보내지만 소용없다. 일단 본인 차부터 주차하고 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모퉁이 불법주차에 장애물까지 곳곳에= 이날 찾은 남구 달동의 번화가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불법주차차량이 뒤섞여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도로 모퉁이에서 5m 이내는 주·정차 금지 구역이지만 버젓이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소방차는 광고판, 차양시설 등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아슬아슬한 상태로 간신히 직진만 가능했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 마다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것이 불법주차 문제. 하지만 끊임없는 논란 속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모습이다.

여기다 소방차의 등장에 두 팔 걷어 도와주는 시민들도 있는 반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틈을 비집고 지나가는 행인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방로 확보 위한 종합대책 마련해야= 앞으로는 공동 주택의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가 의무화 되고 소방차 전용구역 주차나 진입을 막은 경우에는 지금보다 5배 많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뿐만 아니라 다중이용업소 주변 등을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불법 주정차 시 범칙금을 현행보다 2배로 상향하고 향후 2년간 이와 관련한 특별단속 활동을 할 계획이다.

강도욱 신정119안전센터 소방사는 “불법주정차로 인해 화재현장에 먼거리부터 호스를 끌고 가게 되면 초기 현장상황 판단부터 화재진압 시간, 인명구조 시간 등 모든 시간들이 지체가 된다. 또 소방대원들 체력 또한 소모가 많이 되고 그러다 보면 원활한 화재 진압이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화재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방서에서 가장 작은 펌프차 같은 경우 빠르면 5~7분만 지나도 물을 모두 사용한다고 한다. 

이후 물탱크차가 와서 물을 보급 해줘야하는데 펌프차보다 크기가 훨씬 커 좁은 도로는 들어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각 지자체는 소방로 확보를 위해 정확한 현황 파악을 토대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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