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딱’ 한복을 입은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커플이 ‘아리랑’의 선율에 맞춰 은반 위를 누볐다.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춰 연기할 때마다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넘쳐났다. 

어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종목에서 한국의 민유라-겜린 조는 그토록 바랐던 ‘아리랑'에 맞춘 환상의 프리댄스로 전체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순위는 의미가 없었다. 두 선수가 연습복을 벗고 감춰왔던 한복을 내어 보이는 순간부터 전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경기 시작과 함께 흘러나온 ‘아리랑’. 두 선수는 대한민국의 정서를 오롯하게 담은 가락에 따라 화려한 춤사위를 뽐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유라와 지난해 국적을 얻은 파란 눈의 겜린은 ‘완벽한 한국인’이었다. 그들의 말대로 ‘코리언 프라이드(Korean Pride)’ 자체였다.

두 선수의 스토리는 이번 평창올림픽의 백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0년 동안 명맥이 끊겼던 아이스댄스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자체부터 남달랐다. 김연아와 그의 키즈들이 피겨에만 눈을 돌리고 있을 때, 그들은 한국에서는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아이스댄스를 선택했다.
‘아리랑’을 프리댄스 주제곡으로 선정한 것도 무모하지만 용감했다. 익숙한 음악이 아닌 경우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주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장 한국적인 선율을 택했다.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주제곡 가사에서 독도가 빠졌지만 굴하지 않았다.

열악한 지원 탓에 노후 자금을 털어 훈련경비를 낸 겜리 부모의 이야기도 감동을 더한다. 자식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거는 한국의 아버지, 어머니와 너무도 닮았다.
민유라의 부모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민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엄마가 ‘너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말을 알아야 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덧붙이자면 민유라의 어머니가 울산 출신이다. 울산여고와 울산대를 나왔고,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을 만든 어머니의 공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이제 막바지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최고의 경기를 펼친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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