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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양반다리’

기사승인 2018.03.13  22:30:00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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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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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정조 때 대문장가 이덕무(李德懋)가 예절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사소절(士小節)」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손을 공손히 하라는 ‘수용공(手容恭)’과 발을 신중하게 하라는 ‘족용중(足容重)’이 있다. 요즘 연일 터지고 있는 성희롱 사건도 따지고 보면 손을 공손히 가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뻗었기 때문이다. 


뇌물 사건을 비롯한 부정부패도 내밀지 않아야 할 곳에 손을 내밀어 비롯된 일이다. 마땅히 손이 놓여야 할 곳에 놓인다면, 즉 수용공의 태도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사회가 한결 평안할 것이다.


‘족용중’, 즉 발을 무겁게 하라는 말은 두 발로 땅을 단단히 딛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라는 얘기다. 흔히 다리를 떨거나 발을 까딱거리면 복이 달아난다는 옛말은 단지 기우나 미신이 아니다. 불안한 마음을 신체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불안한 마음은 복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족용중’과 함께 ‘위좌(危坐)’라 하여 바르게 앉으라는 얘기도 있다. ‘위(危)’ 자의 바깥 모양은 사람이 언덕 위에 있는 모습이다. ‘위’는 위태롭다는 뜻도 있지만 ‘위좌’는 바르게 앉는 자세를 말한다. 가부좌를 틀면 더욱 바르다.


동계올림픽을 맞아 강원도 평창의 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이 우리 좌식 테이블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른바 ‘양반다리’로 앉아 밥먹기가 힘들다는 얘기였다. 양반다리란 ‘한쪽 다리를 오그리고 다른 쪽 다리는 그 위에 포개어 얹고 앉는 자세’다. 하지만 신문기사를 보면 ‘양반다리’라는 단어는 작은 따옴표 안에 들어 있다. 표준어가 아니어서다. 이 말의 표준어는 ‘책상다리’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양반다리’라는 단어에서 작은 따옴표를 떼내도 된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내용에서 밝혔다. ‘책상다리’의 동의어인 ‘양반다리’를 새로 표준어에 추가했다. 사전의 해당 항목에 ‘양반다리로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저리다’는 식으로 쓸 수 있다며 용례도 표기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양반다리’라는 말의 격을 표준어로 올린 또다른 기록을 남겼다.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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