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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윷놀이대회

기사승인 2018.03.13  22:30:00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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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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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한 고향마을 정월대보름 윷놀이대회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신명나게 한 판 놀아
아련히 떠오른 할머니와 윷놀이 추억 무척 그리워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작가

정월대보름을 맞아 고향마을에서 윷놀이대회가 열렸다. 마을 청년회에서 주관한 대회였다. 윷놀이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다. 시골마을에서 열리는 흥겨운 윷놀이 잔치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들은 흔쾌히 가겠노라고 대답했다. 필자가 윷놀이대회에 처음 참석한 것이 지금의 아들처럼 막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마을 회관 앞 너른 마당에선 참나무 장작이 활활 타올랐고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무를 듬뿍 넣은 동태찌개가 보글보글 끓었다. 


대회당일, 서둘러 아들을 깨워 고향마을로 출발했다. 두 시간을 달려 오전 9시에 고향에 도착했다. 마을회관 앞에선 벌써 윷놀이 준비가 한참이다. 참나무 장작에 불을 피우고, 말판을 만들고, 윷가락을 준비한다.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필자도 아들에게 두 장의 표를 구입해 줬다. 윷놀이에 참가할 수 있는 표는 손바닥 크기의 네모난 종이였다. 처음 표를 받으면 도장이 하나씩 찍혀 있다. 도장이 하나인 사람들끼리 윷을 놀고 승리한 사람이 상대방의 표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윷놀이가 진행된다. 두 장의 표를 청년회 총무에게 가져가면 표 한 장에 도장 하나를 더 찍어주고 나머지 한 장은 버린다. 다시 도장이 두 개인 사람끼리 윷을 놀고, 승리한 사람은 세 개의 도장을 받게 된다. 표에 찍힌 도장이 개수가 많아질수록 결승전은 가까워진다.


윷놀이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아들에게 연습이 필요했다. 윷을 던지는 요령도 알아야 하고, 낙을 하지 않는 방법도 배워야 했다. 낙은 윷가락이 정해진 구역을 벗어난 상태를 말한다. 낙을 하면 본인의 말은 움직이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다시 기회가 넘어간다. 상대방이 연속해서 두 번 윷을 던지게 되니 윷놀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아들과 연습 삼아 윷을 놀았다. 가르쳐 준대로 곧잘 윷을 던지고 말판도 제법 쓸 줄 안다. 


본격적인 윷놀이가 시작됐다. 윷을 던지는 사람과 말판을 써 주는 사람이 한데 어우러진다. “개를 해야 해” 옆에서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도낀 이야” 가르쳐 주는 사람도 있고,  “어이쿠 저런 잡혔네” 앞서가던 말이 잡혀서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다. “윷이로구나” 한사리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윷을 노는 사람도, 말판을 써주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도 모두 신명이 났다. 부녀회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들이 윷판 사이를 오가고 손에서 손으로 막걸리 잔이 전해진다. 봄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볕 좋은 들녘에선 냉이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아들은 첫 번째 윷놀이에선 지고, 두 번째 윷놀이에선 이겼다. 도장 두 개짜리 표를 가지고 논 윷놀이에선 아쉽게 지고 말았다. 계속 앞서나가다가 막판에 낙을 하는 바람에 두동무니짜리 말이 잡히고 말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거기서 낙을 하냐”고 하자 주변에서 그냥 알아서 놀게 놔두라고 한다. 그래. 윷놀이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한 판 어우러져 신명나게 놀면 그 뿐인 것을. 


필자도 아들처럼 도장 두 개를 받고 탈락하고 말았다. 아들과 함께 술상에 앉았다. 아들에게 막걸리 한 사발을 따라주고 필자도 한 사발 들이켰다. 아들은 술잔에 입만 댄다. 


칼칼한 동태찌개와 참나무 향이 배어 있는 삼겹살이 연신 술잔을 들이키게 한다. 한 잔 두잔 마시다 보니 얼큰하게 술이 올라온다. 잠을 한 숨 자고 나올 요량으로 집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 이불을 깔고 누웠다. 할머니가 생각났다.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오면, 할머니는 필자를 붙잡고 윷을 놀자고 했다. 할머니는 윷놀이를 할 때 마다 필자에게 졌다. 어떤 날은 내리 열판을 이기기도 했다. 그날도 역시 할머니는 한 판만 더 놀자고 필자를 붙잡았다. “벌써 몇 판째야? 열 판이나 놀았잖아” 필자는 할머니의 부탁을 차갑게 거절하고 밖으로 나갔다. 벌써 30년 전의 이야기다. 그날, 할머니하고 윷 한 판 더 놀 것을 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그리운 마음이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흐른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가니 윷놀이는 이미 모두 끝나고 상품을 나눠주고 있다. 참가자 모두에게 나눠주는 호미 한 자루를 들고 불쑥 고개를 내민 냉이를 캐러 갔다.

이동우 한국언론진흥재단·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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