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류 성질이 하나로 통합됨을 뜻하는 융합
울산 산학융합지구 조성 효과 증명 위해 꼭 필요
구성원 모두 겅호 정신 실천할땐 먼 미래는 밝아

 

공영민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공과대학 기획부학장

매년 울산의 3월에는 화학의 날 행사가 있다. 올해로 12번째 생일을 맞는 울산 화학의 날 기념식은 23일 남구 두왕동에 둥지를 튼 산학융합지구의 준공식 행사와 함께 열린다. 

산학융합지구에는 필자가 소속된 울산대와 울산과학대, 그리고 UNIST가 함께 자리 잡은 산학융합캠퍼스가 3월부터 오픈돼 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산학융합캠퍼스와 산학융합지구의 준공식을 이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과연 ‘울산 화학의 날과 산학융합지구는 어떤 상관성이 있나?’ 생각해봤다. 울산 주력산업인 화학산업이 단순한 생산기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연구와 교육의 수단 및 결과물로서 재탄생하기를 바라는 의미는 아닐까 생각한다. 화학(化學)이란 물질의 성질·조성·구조·변화 및 그에 수반하는 에너지의 변화를 연구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다. 이미 존재하는 물질을 이용해 특정한 목적에 맞는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농작물의 증산, 질병의 치료 및 예방, 에너지 효율 증대, 환경오염 감소 등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해준다.

화학에서 빠질 수 없는 원자(原子)는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입자로 정의되며, 이러한 원자가 두 개 이상 결합해 생성되는 입자를 분자(分子)라 한다. 이처럼 원자 혹은 분자가 화학적인 변화를 겪는 일을 화학반응이라 일컬으며, 이때는 주변으로부터 열에너지가 들어오거나 나가는 일이 수반된다. 특히 서로 다른 종류의 원자들끼리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물질을 화합물이라 한다. 같은 종류의 원자들끼리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물질을 순물질, 서로 다른 순물질들 또는 화합물들이 화학반응을 하지 않고 뒤섞인 상태의 물질을 혼합물이라 한다. 

한편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물질, 즉 소재(素材)는 대개 3가지 부류로 나뉜다. 구석기시대부터 인류와 함께 한 세라믹(돌, 보석, 유리, 도자기, 인공치아 등), 청동기시대부터 함께 한 금속(구리, 금, 철), 19세기 화학실험실에서 발견돼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급속히 사용된 폴리머(플라스틱으로 호칭)로 나뉜다. 이러한 소재들은 모두 원자들의 화학반응으로 생기는 화학결합의 결과물로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널리 존재한다. 

폴리머 소재는 탄소와 수소 원자들이 약하게 사슬 결합을 하므로 결합에너지가 작아서 녹는점이 낮다. 당연히 이런 소재의 생산과 재활용에는 적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금속 소재는 동종의 금속 원자들끼리 결합을 이루므로 폴리머 소재보다 결합에너지가 높고 녹는점이 높다. 따라서 폴리머에 비해 큰 에너지를 가해야 제품을 만들거나 재활용할 수 있다. 반면 상반된 성질을 갖는 금속과 비금속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해 구성된 세라믹 소재는 매우 큰 결합에너지를 가지므로 녹는점이 월등히 높아서 가장 안전한 물질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플라스틱 물병은 PET와 같은 폴리머 소재, 녹슬지 않는 스테인레스강은 금속 소재, 다이아몬드와 같은 사파이어나 루비는 세라믹 소재의 대표선수다.

다시 산학융합지구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갖은 채소와 밥이 멋들어진 혼합물로서의 비빔밥 의미도 있지만, 비빔밥의 상미기간(嘗味其間)은 매우 짧다. 상미기간을 길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해답은 바로 ‘융합(融合)’이다. 즉, 산업계와 학계가 상미기간이 짧은 비빔밥으로 있지 말고, 다른 종류의 것이 스며들어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란 뜻이다. 여기에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도록’의 의미와 ‘더욱 나은 성능을 가지도록’을 추가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 마치 돌 반지로 쓰이는 누런빛의 24K 금은 쉽게 물러지지만, 다른 금속을 첨가해 충치 치료에 사용되는 금합금과 반지의 형상을 잘 간직하는 14K, 18K 금 합금을 탄생시킨 것처럼 말이다. 

제12회 화학의 날을 맞이해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연구계의 구성원들이 산학융합지구 조성의 참뜻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융합의 본뜻과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 사람이 원대한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눈앞의 근심에 휩싸이게 된다)’라는 공자 말씀을 늘 되새기자. 다람쥐의 정신·비버의 방식·기러기의 선물로 구성된 ‘겅호’ 정신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산학융합지구의 미래는 밝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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