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패러다임 변화따라
화학설비 수직계열화 적극 추진
대규모 석유화학 크래커 투자

석유화학 원료공급 과잉 우려
나프타 등 가격 상승 위험도
국내업체 신제품 개발 등 필요

최근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화학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낸 ‘세계 석유 기업의 화학 사업 투자 확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화학사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수의 개도국 석유기업들이 화학설비 수직계열화(Integration)를 적극 추진하고, 석유 메이저들이 대규모 석유화학 크래커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산유국 국영 석유기업들 중 다수가 석유화학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거나 지분 참여에 나서고 있다. 

아람코,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주로 석유 탐사, 개발 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석유정제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에탄, LPG(액화석유가스) 등 화학 산업엔 다각화 차원에서 일부 참여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각국 화학 설비 투자,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석유기업들이 석유화학 투자를 확대하는 근본 원인은 석유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 시대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전기자동차 개발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전기차 보급, 글로벌 환경 규제로 석유 화학원료용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것이 배경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한국 석유화학 기업에 글로벌 석유업체들 진입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투자 과열이 석유 화학 원료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석유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이 원가 경쟁력을 가진 품목에 투자를 늘린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또 보고서는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이 기초 원료로 쓰던 나프타 등 수요 증가로 원료 가격이 상승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의 투자 흐름에서 공존하면서도 차별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연구위원은 “그동안 양호한 경기 흐름을 나타냈던 범용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올레핀, PX) 및 관련 플라스틱(PE, PP) 시장의 경쟁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 석유화학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에서 신제품 개발과 고객 개척으로 시장 지위를 강화해야 하는 한편,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서 파생된 분업 투자를 통해 성장 기회를 공유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