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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감목관 홍세태가 남긴 조선 후기 울산의 생활·문화(7)

기사승인 2018.05.16  22:30:02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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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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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말의 목책을 수리하고 풀을 쌓으며

   
 
  ▲ 동진유역 인공저수지.  
 
   
 
  ▲ 낚시배-기산풍속도.  
 

(7) 말의 목책을 수리하고 풀을 쌓으며





말의 목책을 수리하고 풀을 쌓으며



천지는 겨울이 닥치도록 변함이 없는데

논 자락에 남은 물은 밝게 끝없이 이어지네.



푸르고 넓은 들은 햇살 가득 한데

참담하고 황폐한 촌집의 고목(古木)에는 연기 피어오르네.



내가 할 일 말 기르기뿐이지만

누가 알았으랴. 시(詩)를 쓰게 될 줄을.



말 몰기 전에는 뿔피리도 높이 불지 말지니

연못의 새끼 품은 용(龍) 잠을 깰까 두렵다네.



天地窮冬一廓然 浦田殘水白綿綿

蒼茫曠野平蕪日 慘淡荒村老樹烟

只謂攻駒吾事業 誰知落筆此山川

前驅且莫高吹角 恐破淵龍抱子眠



위의 시는 ‘말의 목책과 풀을 쌓기 위해 교외로 나갔다가 우연히 보고 즉석에서 지었다.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겨울이 다가올 무렵 목책수리 작업을 하고 있는 목자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린 볕 좋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득히 넓은 들엔 햇살이 가득하고 논 자락에 남은 물은 햇살에 반짝 반짝 빛을 내고 있다.

그러나 시골 모습은 참담하다. 나뭇잎이 떨어진 나무와 시들어 떨어진 국화를 보아서 참담하다. 아니 가을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그럴 수 있다. 그리고 멀리 보이는 산은 그대로 속살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러한 계절적 환경이 그렇게 참담하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해가 중천에 뜬 아침인데 마을의 보호수인 고목나무 사이로 보이는 작은 집에서는 아직까지 아침을 해결하지 못한 집의 굴뚝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감목관으로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에는 늦은 나이에 말 기르는 일뿐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시를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들의 삶을 눈에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보이는 대로보고 노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굴뚝에 피는 연기가 오순도순 아랫목에 모여 앉아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고 있음을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연못에 숨어 새끼를 품고 있는 용처럼 그들의 원대한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던 이렇게 화창한 가을날 말의 목책을 새롭게 수리를 하고 겨울 동안 말에게 줄 건초를 쌓는 것을 감독하기 위해 길을 나셨다. 당시 목장에서 마필을 방목할 때는 다음해의 건초와 곡초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아마도 각 호구별로 일정량의 건초가 배정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거두어서 마굿간에 모아서 쌓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건초와 목초만큼 중요한 일이 목책이다. 앞으로 다시 언급을 하겠지만 당시 목자들은 틈만 나면 목책 수리작업을 실시하여 겨울이 오기 전에 목책을 마무리 해야만 했다. 목책을 마무리해야 말몰이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비가 내린 후에는 그 어떤 일보다 목책에 집중을 하여 많은 일을 해야 했다. 땅이 축축할 때 일을 하는 것은 날씨가 추워져 땅이 얼어버리거나 건조하여 땅이 딱딱할 때보다 일의 능률이 몇 배나 높기 때문이다. 어느 듯 목관을 나서 한 채 입구에 도착하니 사람들의 노래 소리가 시끄럽다.



여어코자 여어코자 여어코자

에이야로 망깨야

열 두자 말목은 땅에 들어가고

에이야로 망깨야

천근 망깨가 올라간다.

에이야로 망깨야

천근 망깨 올라간다.

에이야로 망깨야

열 두자 말목은 땅 밑에 들어간다.

에이야로 망깨야



위의 노래는 울산지역의 말뚝을 박을 때 부르는 노동요인‘망깨 노래’이다. 당시 목장에서는 땅에다 목책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큰 나무를 넣고 수직으로 세운 후 흙으로 구덩이를 메우고 다졌을 것이다. 그리고 토질의 상황에 따라서는 망깨를 통하여 나무를 박아 넣었다.

특히, 망깨를 들고 나무를 박아 넣을 때에는 나무 말뚝을 잡고 있는 사람과 망깨를 들고 때리는 사람의 호흡이 필요했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의 피로와 일의 호흡을 위하여 ‘망깨노래’를 불렀다.

먼저, 말뚝을 붙잡은 사람이 앞부분의 전주부분을 말하면 망깨로 말뚝을 때리는 사람이 후렴구로‘에이야로 망깨야.’라 외치며 말뚝을 때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말뚝을 때릴 때에도‘에이야로’에서는 망치를 들어 올리고 ‘망깨야.’부분에 내리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목책은 말을 점마하기 위한 마환장을 만들었다. 또 다른 곳은 일산리와 방어진의 경계지점을 가로 질러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목책작업은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다. 그래서 인근 고을에서도 동원되었는데, 하양지역 사람이 동원되어 70보의 목책을 담당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이러한 목책은 겨울동안 마필을 관리하기 위해 동진지역에도 설치하였다. 지역에서는 이곳을 제 3마성이라 부르고 있다. 지금은 도시화로 인해 당시의 목책이나 성벽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지만 최남단 성끝 마을이라 불리는 동진지역에는 넓고 평평한 구릉지에 다수의 인공 저수지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두고 밀집해 있다. 이 인공저수지는 일정한 규모와 정형성을 가지고 있어 「울산목지」에 기록된 목장음수지 30곳 가운데 일부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이곳에 목책을 만든 이유는 호환 등 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마필관리를 위해서이다. 과거 목장에서는 일 년의 마무리로 말몰이를 실시하였는데 당시, 울산 방어진목장의 목자들은 화정동 염포산 일대에서 한 채 마을[지금의 서부동]로 말들을 몰아갔다. 여기서 점마청의 관리들이 각 말들의 품질을 점고하여 기록하고 구분하였다.

이후 목자들은 일일이 말에게 재갈을 물리고 구분하여 각자 배당 맡은 마필의 숫자만큼 말을 관리하게 된다. 그리고 목장에서 겨울을 보내야 할 말들은 연결도로를 통하여 동진 유역에 마련한 말들의 임시가옥으로 말들을 끌고 갔다.

한편, 방어진의 동진 유역에서는 인공저수지를 중심으로 각 마구간의 경계선과 기타 말들을 안전하게 관리하거나 건초를 잘 보관하기 위한 목책작업도 하였다. 그런데 이곳의 목책은 말에게 이미 재갈을 물린 상태이기 때문에 비교적 낮은 1.3~1.8m 높이 정도의 목책을 설치했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그리고 마구간의 3면과 위쪽은 짚으로 둘러쳐 비와 바람을 막았을 것이다. 그리고 각 마구간마다 겨울동안 말들을 먹일 양식으로는 건초는 약 15~ 20㎏ 정도의 20개의 묶음과 즉, 벼와 수수 등을 수확한 후 생긴 곡초(穀草)를 약 15~ 20㎏ 정도의 묶음 300개를 각각 쌓아 두어야 했다.



동해바다 푸른 파도는 선왕(先王)에 곡을 하는데



차가운 교외(郊外) 구름과 만물은 우거져 푸른데

마골산 산봉우리는 석양에 반쯤이나 잠겨있네.



목자들은 목장의 목책 수리에 전념하고

행인(行人)들은 어쩌다 고깃배 빌려 낚시 하네.



관리는 먼 객 같아 어찌 이리도 적막한지

늙어 시(詩) 짓기에 오히려 격앙되어 있네.



모든 일들 하늘 높아 물어 볼 수도 없는데

동쪽의 푸른 바다는 선왕(先王)에 곡(哭)하네.



寒郊雲物莽靑蒼 摩骨千峰半夕陽

牧子多依遮馬柵 行人或借釣魚航

官同遠客何寥落 詩到衰年尙激?

萬事天高不可問 東臨滄海哭先王



위의 시는 ‘목장의 풍경(卽事感懷)’으로 이미 위에서 설명한 목책 수리작업과 관련된 한시이다. 당시의 목장에서 목자들은 시간만 나면 목책을 수리하고 어쩌다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고깃배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이처럼 목책 수리에 전념하는 것은 그만큼 작업의 범위가 넓고 목책은 쉽게 썩어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책의 수리를 비롯한 일련의 준비가 완료되면 말을 몰아 마구간으로 이동시켜 겨울 동안 마필을 관리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노동에 지친목책 수리작업은 어쩌면 푸른 파도에 젖은 날개를 퍼덕이는 파랑새를 닮아 보인다. 또한 넘실거리는 동해바다 푸른 파도는 끊임없이 바위에 부셔지며 마치 곡(哭)하듯이 주기적으로 울어서 슬프기도 하다. 이것은 문무대왕의 호국 정신을 이어받지 못해 앞선 시기 겪었던 임진왜란의 아픔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고은정 kowrit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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