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현대자동차 노조 간부들의 부적절한 술자리와 업무시간 도박 등 파문으로 시작된 내홍(2018년 5월 18일·17일, 4월 13일자 6면 보도)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

22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최근 부적절한 술자리와 업무시간 도박 당사자로 지목된 집행부 고위 간부 A씨가 별도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과문에서 A씨는 “조합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진정으로 사죄드린다”며 “부적절한 사건은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규율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노조 명예에 손상을 끼친 점을 진정으로 반성하며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세부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을 재차 강조했다. 도박과 관련해서는 “재미삼아 오락으로 인식했지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제가 기강해이를 인식하지 못한 잘못이 더 큽니다”라고 말했고, 술자리에 대해서는 “수석부지부장으로서 필요성이나 시기에 대해 좀더 세밀하게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도덕성 회복과 기강 확립에 앞장서겠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분발하고, 소통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A씨의 사과문은 한번 등 돌린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A씨가 간부직을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내면서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일부 게시된 사과문은 ‘거짓말’이라는 낙서로 훼손되기도 했다.

급기야 노조 내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사업부대표까지 공동대자보를 통해 하부영 지부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업부대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면서 “하부영 지부장이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밝힌 것처럼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 지부장이 A씨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점을 단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A씨의 사과문에 대해서는 “조합원을 농락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규율위원회 진상조사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해놓고 사실상 거부했다”면서 “핑계로 일관하면서 최소한의 도덕성 회복을 바라는 조합원을 또다시 농락했다”고 비판했다.

사업부대표는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로 비위해당자 전원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면서 “하부영 지부장이 노조 정상화를 방기하고 머뭇거린다면 울산공장 사업부대표 9명 전원은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이어지면서 올해 임금협상 교섭을 벌이고 있는 노조 집행부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노조는 투쟁 동력을 결집하기 위해 23일 오후 임투 출정식을 벌일 예정이지만, 이번 사태로 내부 결속력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현장 활동가는 “협상을 앞두고 집행부 간부를 조치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결단이지만, 시간에 쫓기듯 어영부영 넘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결단하고 조직을 정비해 투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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