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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칼럼] 낙태죄 폐지 논쟁

기사승인 2018.06.14  22:30:00

신송우 울들병원 행정부원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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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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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우 울들병원 행정부원장·이학박사

1953년 낙태죄 규정된 이후 지속돼 온 폐지 논쟁
불법 낙태수술 임신부 생명 위협해도 여전히 성행
성교육 강화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없애야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그런데 지금 많은 여성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 달 만에 23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고, 이에 대해 정부가 “임신중절(낙태)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낙태죄’ 폐지 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사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지속돼왔다. 2010년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인 ‘프로라이프(pro-life)’가 불법 낙태를 시술한 병의원 3곳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낙태죄’ 폐지 논쟁은 격화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생명권’의 숭고함을 주장하면서 태아는 임신한 순간부터 인간이기 때문에 심지어 강간으로 인한 임신마저도 낙태를 허용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반대로 낙태 찬성을 주장하는 단체인 ‘프로초이스(pro-choice)’는 여성에게 출산과 낙태는 자기 운명을 걸어야 하는 신중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처음으로 규정된 것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되면서 부터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하면서 불법 낙태를 묵인했고, 실제로 약 50년간 ‘낙태죄’로 처벌받은 사람은 거의 없어 ‘낙태죄’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 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2010년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불법 낙태시술을 단속하기로 했다. 


이처럼 시대의 상황에 따라 이중적 잣대로 적용하는 ‘낙태죄’를 폐지하자는 헌법소원이 2012년 제기됐지만, 당시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4(합헌):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또 다시 ‘낙태죄’가 위헌인지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헌법재판소가 현재 심리 중이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낙태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는 80%인 29개국이며, 우리나라 외에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아일랜드, 이스라엘, 폴란드, 뉴질랜드 등이 있으나 이들 국가 대부분은 모두 종교적인 이유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약 5,600만 명의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고 있는데, 그 중 45%를 차지하는 약 2,500만 명의 여성들은 위험한 불법 낙태 시술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한해 34만여 건의 낙태시술이 시행됐다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하였으나, 불법 낙태까지 포함하면 실제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신체질환이 있거나, 성범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모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낙태를 선택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청소년 임신, 미혼 임신, 부적절한 임신 등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불법 낙태는 임신부의 생명을 위협한다. 하지만 합법적이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아기들은 우리사회의 편견 때문에 상처와 고통 속에 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한 미혼모지원센터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 미혼모의 96%가 낙태를 하고 미혼모 자녀의 70%가 입양된다고 한다. 


따라서 ‘낙태죄’를 묻기 전에 학교는 청소년의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성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우리 사회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생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편견을 없애야 할 것이며, 정부는 낙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 되는 출산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송우 울들병원 행정부원장·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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