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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노동’ 시행 앞두고 울산지역 산업현장 ‘명암’

기사승인 2018.06.17  17:55:22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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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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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重, 사무직 PC 강제종료… 실효성 ‘글쎄’<br/>전산상 퇴근, 실상은 야근 ‘꼼수’ 등장

다음달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울산지역 산업현장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워라밸(일·생활 균형)’에 대한 기대와 달리 일부 ‘편법’ 노동을 권유하는 회사가 등장하고, 당장 얇아지는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1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다음달 ‘주52 시간 노동’ 시행에 맞춰 사무직 노동자들의 연장 노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그동안 이 회사 사무직은 필요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연장 노동을 해왔다.

다음달부터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독려하기 위해 퇴근시간인 오후 5시에 모든 PC에 퇴근을 알리는 팝업 메시지가 뜨게 된다. 퇴근 시간 30분 이후에는 모든 사무직 직원의 PC가 강제 종료된다. 연장 노동을 하려면, 퇴근 시간 전 근로시간 관리시스템을 통해 미리 신청하고 직책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무 외 용무를 위한 외출 등 비근무 시간 관리를 강화해 업무 집중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전자결제 확대 등 보고 간소화, 스마트 화상회의 시스템 도입, 생산 자동화 확대 등도 시행한다.

올 초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68시간이었던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됐다. 적용 시기는 △300인 이상 올해 7월 1일 △50~299인 2020년 1월 1일 △5~49인 2021년 7월 1일 등 사업장 규모마다 다르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정책이라고 자평했지만, 당장 현장에서는 ‘저녁은 있지만 저녁밥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다. 대기업의 경우 노동시간은 이미 법정 근로시간을 훨씬 밑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최대 노동시간은 48시간이다. 일감 부족으로 허덕이는 현대중공업은 하루 1시간이던 고정연장근무가 사라진지 오래다. 휴업과 교육을 병행하며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하기도 힘든 회사는 무급 휴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노동자들은 얇아질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특근이나 잔업이 제한되는데다, 최근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실질적인 임금 손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역의 일부 사업장은 일찌감치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해 ‘꼼수’를 내놓고 있다. 지역의 한 업체는 주말 근무를 위해 평일 노동시간 단축을 지시하기도 했다. 실제 노동시간의 단축이 아니라 시스템상 ‘단축’이다. 실제 근무 중인데도,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자체 시스템에 근거를 남기라는 것이다. 야근을 하더라도 ‘칼퇴’를 조작하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 노동자들은 ‘꼼수’ 노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정을 중단하거나 교대하는 현장 노동자들과 달리, 사무직은 개개별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PC 강제종료, 사무실 전원차단 등이 실시됐던 사업장에서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적잖게 일어났다. 퇴근 후 가정에서 업무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워라밸’이 깨지는 상황도 벌어진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은 법적으로 시간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장과 구성원들의 합의와 인식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분위기가 정착돼야 완성될 수 있다”면서 “진정한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임금 손실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성미 기자 jsm386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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