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으로 몰락한 보수정당
‘제왕적 금배지’ 떼고 국민행복 위해 희생‧봉사하는 정치인 간절
 비워야 채워지는 것… 새로운 길 열어 국민신뢰라는 특권 누리길

 

육 동 일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의 보수당과 보수세력들은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실제로 나타난 선거 결과는 참담 그 자체다. 선거직전 유권자들에게 진보정권을 견제할 최소한의 구도나마 만들어 달라고 읍소도 해봤다. 전통 보수지역만큼은 지켜달라면서 뒤늦은 반성과 사과도 했다. 그러나 보수당과 그 세력들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샤이(shy) 보수는 없었다. 화가 잔뜩 난 엥그리(angry) 보수만 있었을 뿐이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특권과 반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지난 박근혜·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되고 문재인 정권이 등장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도 지난 정권의 반칙과 특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 때문이다. 그동안 모든게 변했는데 보수당과 보수세력들만 변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보수가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치 못하니까 지방선거에 직접 나서서 끌어내린 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급격한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계속 외면한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는 커녕 더 따끔한 매로 맞을지 모른다. 늦었지만, 지금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수가 그간 내려놓지 못하고 그렇다고 나누지도 못한 기득권과 특권을 모두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 채워진다. 그리고 보수가 가야 할 새 길이 열릴 것이다. 보수는 지금 망했지만, 그래도 솟아날 구멍과 역할은 분명히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최고 정점의 직업은 국회의원이다. 정치지망생들은 물론 재벌도 의사도 변호사도 교수도 심지어 성공한 연예인, 운동선수들 까지도 국회의원이 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게다가 장관은 물론 행정부 수장까지 지낸 국무총리와 사법부 대법관들 조차도 국회의원이 되려고 눈에 불을 켜고 뛰어 다닌다. 그들은 대중앞에서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어설픈 춤도 추어보고, 스스럼없이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표를 읍소한다. 그들을 그렇게까지 만든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주워지는 2백여 가지의 어마어마한 특권이 당선후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직업을 갖든 국회의원들에게 보장된 정치·경제·사회·사무적 특권들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그들의 정치적 특권은 막강하다. 다른 국회의원의 동의없이 체포되거나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다. 체포되어 마땅한 동료 의원을 지키기 위해'방탄임시국회'를 상습적으로 활용한다. 국회내 직무관련 발언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지지않는 면책 특권도 있다. 그 결과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익숙한 일상이 되었으며, 그들의 도를 넘는 호통과 훈계는 슈퍼갑을 지키는 또 다른 무기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지방의원과 단체장들을 선거 운동원으로 만든 국회의원들의 공천권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내후년이면 벌써 총선이 있다.

앞으로 정치개혁의 첫 출발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일에 궤멸 직전에 처해있는 보수가 앞장설 때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회의원의 막강한 특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정당개혁도 그리고 국민들의 신뢰회복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회 민주주의 선진국들의 국회의원들은 모든 권력적 특권과 경제적 특혜를 내려놓고, 국민들의 심부름꾼으로서 기꺼이 봉사한다. 국민들로부터 받는 존경과 신뢰라는 더 크고 더 행복한 특권을 누리기 위해 고된 임무를 깨끗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제왕적 금배지를 달고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국민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국회의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요컨대, 국회의원의 특권을 보수가 먼저 과감하게 내려놓을 때 국민들이 보수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 길이 보수가 사는 길이다. 특권을 내려놓기가 싫다면 당장 국회를 떠나주길 국민들은 요구한다. '떠나야 새로 오고, 비워야 채워진다.' 그만큼 보수는 지금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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