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한 대학교 캠퍼스 안에 부착된 페미니즘 관련 대자보. (출처='U'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SNS 캡쳐)

최근 전국적으로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가 잇따르는 가운데, 울산의 유일한 총여학생회였던 울산대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는 등 지역 대학가에서도 성평등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론도 번지고 있어 대학내 성(性)갈등이 우려된다.

# 반(反)성차별? 지역대학에서 사라진 총여학생회

19일 지역대학에 따르면 울산지역 대학교 중 총여학생회가 있는 곳은 울산대학교가 유일했다. 울산대 여학생회는 30년 넘게 여학생 인권 등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지만 올해 폐지됐다.

총여학생회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 이유는 지난 2016년 12월로 거슬러 간다. 당시 2017년도 총여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선거를 진행했는데,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이후 해당 후보자는 사퇴했고, 올해 초 까지 마땅한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1년 넘게 공백이 이어지자 울산대 총학생회는 학생들과 논의 끝에 올해 3월 총여학생회를 완전히 없앴다.

결국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에 폐지된 꼴이지만, 총여학생회 기구가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총여학생회 선거 당시에도 “왜 남학생회는 없느냐”, “여학생회가 왜 필요하느냐” 등 여학생회 존폐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에 울산대는 올해 총학생회 안에 ‘여학국’을 신설하고, 여성 여(女)가 아닌 같을 여(如)를 내걸었다. 여학우 뿐만 아니라 남학우에게도 복지·활동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교내 행사도 많이 달라졌다. 여성학우에게만 국한됐던 자궁경부암주사는 남여 상관없이 받을 수 있게 됐고, 여성의날 행사도 ‘女’가 아닌 ‘如’를 강조했다.

울산대학교 부총학생회 정해성(글로벌경영학과·25)씨는 “조직을 새로 개편하면서 성평등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며 “기존에 총여학생회에서 추진하던 행사도 남학우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대학가에 부는 페미니즘 바람 그리고 ‘백래시’

지역 내 총여학생회는 완전히 사라졌지만, 성평등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없다. 다른 한 편에서는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며 크고 작은 움직임이 생겼다. 그 중 대표적인 적인 것이 각 학교에 생겨난 페미니즘(feminism·여성의 권리 등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운동) 동아리다. 이들은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행사를 마련하거나, 대자보를 붙이는 등 여성인권을 주장하고 있다. 화장품을 깨뜨리고 머리를 자르거나 안경을 쓰는 등 ‘탈(脫)코르셋’ 운동도 확산됐다.

대학생 최모(22·여)씨는 “여성들은 화장을 안 하고 안경을 썼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된다”며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페미니즘 ‘백래시(backlash·반발심리)’ 현상도 덩달아 커졌다. 페미니즘 확산에 반발심을 느낀 대학생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역 대학교 커뮤니티 ‘대나무숲’에서도 학내 페미니즘 관련 단체의 존재 이유를 묻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캠퍼스 안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대자보를 훼손하는 사례도 발생해 젠더갈등으로 번진 양상도 보였다.

실제 울산의 한 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SNS에는 ‘대자보가 찢겼다’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쓴 이유는 성평등을 위해 세상이 바뀌었으면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대자보를 뜯은 사람에게 경고한다”고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지역 대학생들은 “여성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남성들도 같이 행동에 나서게 된 국면이다”, “젠더 갈등이 더 격화될 우려가 있다”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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