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오랜 시간 쌓이고 굳어져버린 폐단을 없애는 일. 2016년 촛불을 밝히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연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다.

송철호 당선인은 그 스스로 적폐청산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8번의 도전에서 송 당선인은 ‘지역주의’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부산 보수동에서 태어난 그는 8살에 어머니를 여읜 뒤 전북 익산에서 할머니 손에 자라다, 부산으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실제 그 삶의 궤적과 무관하게 선거 때마다 ‘전라도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9번째 도전이었던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흑색선전이 등장했다. 그의 당선은 우리사회가 ‘지역주의’라는 적폐를 벗어던졌다는 증명인 셈이다.

송 당선인은 그동안 ‘적폐청산’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는 자서전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역주의, 학연주의, 혈연주의는 공정한 사회를 가로막는 근원적인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선거 연설에서 “지난 23년 동안 연고주의와 지역주의를 앞세운 특정 세력들이 권력을 독점해왔고, 이번 선거는 이같은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선 소감으로도 “시민들과 소통보다는 보이지 않게 (특정 권력의) ‘끼리’ 문화가 형성됐고, 행정에 악영향을 많이 미쳤다”면서 변화된 시대에 맞춰 달라진 행정을 약속했다.

송 당선인의 ‘적폐청산’ 성패는 특정 세력이 권력을 독점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있다. 울산시장이 가진 권한은 상당하다. 우선 2,000여명에 달하는 시청 공무원의 인사권이다. 3조원이 훌쩍 넘는 예산 집행의 최종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수천억원의 대형 사업부터 수십만원짜리 수의계약까지 마음먹기에 따라 ‘적폐’의 유혹은 곳곳에 숨어있다.

이는 송 당선인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 그를 도와 행정을 이끌어갈 측근 인사들까지도 해당한다. 최근 울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토착비리’가 ‘연고’에서 시작된 점만 봐도 그러하다. 혈연이나 학연, 단순한 친분까지 ‘지인의 부탁’이 행정 권력과 마주잡으면 ‘비리’가 된다. 그가 ‘적폐’ 세력으로 지목했던 김기현 시장은 친형제, 인척, 비서실장 등 측근들이 비리 의혹으로 잇달아 경찰 수사선에 오르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신장열 울주군수는 산하 기관인 울주군시설공단에 ‘지인의 채용 부탁’을 전했다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적폐청산’의 첫 시험대는 인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선거의 ‘보은(報恩)’을 꾀하는 것 또한 그가 말한 ‘적폐’가 된다. 송 당선인이 시청 주요직과 산하기관장에 임명할 수 있는 외부인사 규모는 30여명 수준이다. 낙하산 인사가 아닌 능력과 역량에 맞는 인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체육회나 각종 관변·협력단체도 개혁의 대상이다. 이들 단체나 기관은 그동안 지자체장과의 친목을 도모하면서 비공식적으로 부당한 민원 창구 역할을 해온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송 당선인은 ‘시체육회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는 시체육회 내부 청렴에 대한 이야기다. 적폐청산은 ‘원칙’이 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는 송 당선인은 물론 그 주변인들의 친분이라는 비공식적인 ‘요소’가 침범할 수 없는 구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치단체장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얼마나 내려놓을지, 또 이를 얼마나 시민들과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송 당선인이 ‘시민주권’을 강조하며 신문고나 옴부즈맨 제도 등 열린 행정을 공약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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