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본격 시작되면서 종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 컵에 든 음료를 마시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통계를 보니 이렇게 사용되는 일회용 컵이 연간 260억 개, 하루 700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연간 510개의 일회용 컵을 쓴다는 것이다.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편의점에서, 식당에서, 심지어 가정에서 쓰는 일회용 컵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은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일회용 컵이 이처럼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 국민들의 의식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회용품 사용을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대책을 수 없이 내놓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테이크아웃’ 열풍으로 일회용 컵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도 수수방관한 것도 문제였다.
올 초 중국의 수입금지 조처로 촉발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우리사회가 일회용 컵을 비롯한 재활용 쓰레기에 대해 얼마나 수수방관해 왔는지 보여 주었다. 분리배출만 하면 자원으로 재생될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과 규제완화가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비닐·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재활용 쓰레기 역풍을 맞은 후 정부는 또 땜질식의 처방을 내놓았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는 20일부터 다음 달까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일회용 컵을 많이 쓰는 곳을 집중 점검한다고 한다. 점검이 끝나는 8월부터는 매장 내 일회용품을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울산지역 5개 구·군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자원재활용법 위반 업소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다.

하지만 ‘테이크아웃’고객 때문에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커피전문점의 상황은 정부의 이런 규제가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직원들이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권해 보지만 대다수 시민들이 종이컵을 달라고 한다. 매장 안에서 잠시 커피를 마신 후 들고 나가야 한다고 하면 종업원들로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속을 나가도 손님이 종이컵을 가지고 나가면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회용 컵을 비롯한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정부와 시민들이 함께 해야 한다. 각 직장과 가정에서 종이컵과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일부터 당장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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