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믿고 맡겼던 아이들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울산지역에서도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아동 하차 확인을 의무화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등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4살 여자 어린이 A양이 폭염 속에 방치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등원 차량에서 내리지 못한 아이는 폭염으로 달궈진 차량 안에서 6시간 후에야 발견됐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어린이집 비극에 어린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은 충격을 넘어 극심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울주군 청량읍에서 4살 아들을 키우는 한 30대 주부는 “이번 일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 사단까지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내 아이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손이 떨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실효성 없는 대책만 언급될 뿐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2016년 광주에서 통학차에 갇힌 6세 아동이 의식불명 된 후, 정부가 운전자에게 하차 의무를 법으로 정했지만 또 다시 사고가 일어난 데 따른 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분간은 ‘어린이집 차량 대신 직접 등원시키겠다’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동구 남목동에서 어린 두 아들을 키우는 이 모(40) 씨는 “여러 대책들이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실제 바뀌었다는 건 느끼기 힘든 상황에서 오늘도 '무사히' 다녀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바쁜 출근길이지만 더 빨리 일어나서 아이들을 통학시키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돈데, 어떻게 안심하고 아이를 보내겠냐”고 성토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 차에서 질식사하는 우리 애들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해당 글 내용에 따르면 차량운전자가 통원 차의 맨 뒷좌석의 버튼을 눌러야 시동을 끌 수 있는 ‘슬리핑 차일트 체크’ 시스템을 비롯해 통원 차 선팅금지 등을 도입하자는 건데, 최다 추천 청원 목록에 오를 정도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행법상 어린이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탑승자들이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토록 돼 있지만, 이를 실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장치는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아동 현장전문가들은 즉각 적용할 수 있는 대책마련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린이 교육 종사자들의 질적 향상이 우선돼야한다고 말한다.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 종사하고 있는 보육교사 B씨는 “보건복지부의 어린이집 차량안전관리 지침이나 어린이집 기본 매뉴얼에만 잘 따랐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늘 신경 쓰는 보육교사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 같아 현장에서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이 같은 사고는 해당 관계자들의 의식 전환, 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린이 교육에 종사하는 교사, 운전기사와 상담사 등이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교육 강화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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