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상임위원장 물어보니, 응답한 16명 중 8명은 '특활비 유지, 투명화 선호'
폐지 아닌 투명화 가능한가...일부에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특활비 예산 자체 없애야" 비판도 
"특활비는 독재 정부의 유산"... "솔선수범으로 입법부가 불필요한 정부 특활비 폐지 앞장서야"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대부분은 쌈지돈 논란을 일으킨 특수활동비 예산을 아예 없애는 폐지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8일 "특활비 폐지가 목표"라며 "정 필요할 경우 투명화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특활비 문제가 다시 표면화됐지만, 여야 상임위원들은 한목소리로 폐지에 난색을 보인 것이다.

특활비란 정보 수집을 위한 비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사용을 증빙할 필요가 없는 예산이다. 그동안 정보수집 기관도 아닌 국회가 수십억의 특활비를 받아오면서 비판을 받아왔고, 특히 지난 4일에는 최초로 공개된 특활비 내역에서 상임위원장들은 600만원씩을 매월 월급으로 타가 '눈 먼돈으로 돈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CBS 노컷뉴스가 20대 후반기 새롭게 뽑힌 위원장과 사실상 확정된 2명의 위원장 포함 총 18명의 상임위원장들에게 특활비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응답한 위원장 16명 중 8명은 위원회 지원 예산으로 특활비가 필요하니 폐지보단 국회 차원의 투명화를 선호한다는 입장이었다. 

나머지 위원장 8명 중 5명은 입장을 유보했고, 한 의원은 기부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 여당 원내대표로서 당연직인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앞서 "운영위원회에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할 것"이라며 "우선 특활비에 대해 투명한 방식으로 제도개선을 해야 하고,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폐기해야 한다. 다 열어놓고 검토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학재 정보위원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잘못된 관행은 없어져야한다"며 특활비 반납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산은 필요하기 때문에 투명화가 적절하다고 밝힌 8명의 상임위원장들은 오히려 특활비를 받지 않겠다고 한 이 정보위 위원장의 행동에 대해 "포퓰리즘, 튀는 행동"으로 치부했고, "반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들이 꼽는 특활비가 필요한 이유는 하나같이 '회식비나 다과비 등 보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정치에 필요한 소통을 위해선 식사 등이 필수불가결한데 운영비로만으로는 부족해 특활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여당 쪽 한 위원장은 "본래 특활비를 월 600만원 정도 받으면 20명 정도 되는 행정실에 직원들 운영비로 100만원 정도 주고 각 당 간사들에게 50만원~100만원씩 주면 위원장이 쓰는 건 200~300만원 정도"라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당론으로 특활비 폐지 내세우는 만큼 해당 당 소속 간사들이 안받는다면 특활비 전부를 기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사실 정치란게 어떻게 보면 윤활유가 필요하다, 서로 밥먹고 술 마시면서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앉아서 토론만 할 순 없으니, 특활비가 폐지 되면 자기 돈 써서 위원회를 운영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방위 안규백 위원장 또한 "영수증이나 서류를 재증빙해서 합리적으로 쓰도록 해야지 특활비를 반납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회의 끝나고 식사한번 해야할 것 아니냐, 여러가지 쓰는 목적이 많이 있다"면서 "특히 국방위의 경우는 일선 전방부대 시찰과 격려금도 있다. 군대가서 격려금 주면서 영수증을 처리할 수 있겠냐"며 총 금액 등 절차의 투명성은 필요하나, 일일이 영수증 증빙을 하는 방식도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야당 쪽 위원도 마찬가지다. 외통위 강석호 위원장은 "쓸 데 쓰고, 투명하게 하면 된다"며 "특활비 안받고 하면 위원회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 안 받으면 활동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특활비 항목을 유지한 채 영수증 처리를 해 투명화한다고 해도 "눈감고 아웅"이란 지적이 나온다. 

회식하고 워크숍하는 비용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추가 예산을 타겠다는 것에 국민이 동의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선미 간사는 "연 60억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국민들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비밀수사도 아닌 곳에 60억의 추가 예산이 왜 쓰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회 업무추진비의 영수증 처리 내역도 비공개를 하곤 한다"며 "특활비를 영수증 처리한다고 해서 그걸 감시할 수 있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특활비가 독재의 유산이고 이를 없애기 위해선 국회가 먼저 특활비 폐지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상 더 큰 문제는 훨씬 규모가 큰 행정부의 특활비인 만큼 국회가 깨끗하게 한 뒤 행정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는 지난 19일 특활비 폐지 토론회에서 "'특활비가 독재 정권이 예산을 마음대로 쓰기 위한 장치였다"며 입법부가 특수활동비 폐지에 앞장서, 청산하지 못했던 독재 체제 유산을 제거해내고 이를 기반으로 행정부와 사법부의 청산을 이끌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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