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들이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불법자금 의혹' 노회찬 수사 일지   
 

한국 진보정치 진영의 간판스타인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3일 노모(老母)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 여야 정치권이 충격에 빠졌다.

노 의원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 중인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심리적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 유서에 “금전 받았지만 청탁성 아니다”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쓰러져 숨진 채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노 의원 자택이 아닌,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의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자필 유서를 찾아냈다.

유서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작성됐으며, 경찰은 유족 요구에 따라 유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노 의원의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차려졌다.

◆ 드루킹 측근에 5,000만원 수수 의혹 당사자

노 의원은 드루킹 측근이자 자신과 경기고 동창인 도모(61)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불법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2,000만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있다.

노 의원은 지난달 27일 공식 수사를 개시한 특검이 자신의 불법자금 의혹을 수사 중이란 보도가 나올 때마다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적극 부인하면서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특검은 도 변호사를 통해 노 의원에게 금품이 전달된 것 자체를 입증할 수 있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 정치권 패닉…文 대통령 일정 취소

정의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최석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노 원내대표에 대한 갑작스럽고 황망한 비보가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파악 중”이라며 “억측과 무분별한 취재를 삼갈 것을 언론인 여러분께 정중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소속 의원 전원이 심상정 의원실에 모여 상황 파악에 분주한 움직임이었고, 오후에는 긴급회의를 갖기도 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안타까움과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의원외교 차원에서 전날까지 노 의원과 3박5일간의 방미 일정을 함께 했던 여야 원내대표들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황망해했다. 당초 여야 교섭단체 4곳 원내대표들은 방미를 계기로 한 ‘협치’ 분위기를 살려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만나 민생·개혁 법안 처리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동을 긴급히 취소했다.

의정활동 도중 노 의원의 비보를 접한 동료의원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질의도중 “하필 (노동전문변호사인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 중인) 이 시간에 노동계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해온 동료 의원의 불행한 소식을 듣고 여러 감회가 떠오른다”며 “노 대표의 인격상 무너져내린 명예와 삶, 책임에 대해 인내하기 어려움을 선택했겠지만, 저 자신도 패닉 상태”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 도중 박순자 위원장의 건의로 회의를 잠시 중단한 채 묵념으로 애도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SNS 생방송에 직접 출연해 ‘대통령 힘내세요’라는 국민청원에 답변하려던 애초 일정을 취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노 의원이 편히 쉬시기를 빌겠다”며 일정 취소 사실을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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