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찜통더위로 울산의 아파트 등에서 전력 사용이 급증하면서 정전사고가 발생하고, 지역 농가의 가축이 폐사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아파트 전력 과부화로 정전= 23일 한국전력공사 울산지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8시20분께 울산 북구의 대단지 아파트 내 5개 동에서 2차례에 걸쳐 총 30분가량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저녁시간 아파트 가구의 냉방기 가동이 늘면서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정전으로 300여가구의 주민들은 어두운 밤에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기다려야만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노약자와 어린이 등을 위해 에어컨 가동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내보냈고, 이후 전력공급이 정상화됐다.

앞서 지난 19일에도 북구의 다세대 주택에서 전력 과부하로 20여분 동안 정전이 발생해 2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 산업체 전력감축 비상= 우리나라 전체 최대전력수요는 이날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후 5시 기준(오후 4∼5시 순간전력수요 평균) 전력수요가 9,070만kW를 기록, 기존 역대 최고치인 올해 2월 6일의 8,824만kW를 넘었다.

예비력은 760만kW, 전력예비율은 8.4%다. 예비율이 두 자릿수 이하로 떨어진 것은 올해 처음이다. 전력수급 위기경보는 예비력이 500만kW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발동한다.

이날 전력수급 상황은 기업이 피크 시간에 전기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하는 수요감축요청(DR)을 사용할 조건을 충족했다. 정부는 DR가 기업에 부담된다는 지적을 의식해 이날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폭염이 계속돼 전력예비력이 더 떨어진다면 지역 산업체는 전력감축에 들어갈 상황을 맞게 될 수 밖에 없다.

# 닭 수백마리 폐사= 울주군 두서면의 한 농장에서는 닭 600마리가 더위에 폐사했다.

군에 따르면 총 7만5,000마리의 닭을 키우는 이 농장에서는 지난 12일 폭염경보 발효 후 하루 10~50마리씩 죽었다.

군은 복사열 방지, 환기, 송풍, 면역증강제 급여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으며, 재해보험 기관에 폭염피해를 신고토록 했다.

군 관계자는 “지역의 각 농가에 폭염피해 예방 등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폭염에 취약한 가금류와 돼지 농가를 방문해 지도와 점검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폭염 이어질 듯= 울산은 지난 11일부터 13일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으로 오르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더위가 시작된 7월 둘째 주부터 열사병과 탈수 등 온열질환자는 51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보다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울산기상대는 당분간 비가 내리기 어려운 조건이 지속되면서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를 보이는 고온 현상이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주에는 제10호 태풍 ‘암필’에 동반된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더위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대 관계자는 “고온인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건, 산업, 수산, 농업, 가축 등에 피해가 우려된다”며 “온열질환과 농·수·축산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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