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을 관통하며 흐르는 낙동강은 영남권의 생명과 같은 젖줄이다. 영남권의 생활용수 대부분을 낙동강과 수계에 건설된 댐에서 공급한다. 수계에서 벗어난 곳이지만 울산도 낙동강 권역이다. 모자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는 대암댐과 회야댐을 통해 낙동강 용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낙동강 물은 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생활용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낙동강 수계를 중심으로 대도시는 물론 산업단지가 곳곳에 들어서 있고, 이 곳에 유입되는 각종 오폐수로 인해 낙동강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물관리가 강화되면서 수질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물에 녹아 있는 각종 유해물질 때문에 근본적인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런 가운데 낙동강의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맑은 물 공급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낙동강 하천 부지를 따라 대용량의 수로를 건설해 영남권의 상수원 댐을 연결, 생활용수와 하천용수를 분리하자는 주장인데, 이병호 울산대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어제 울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울산의 식수, 공업용수 이슈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18회 화학네트워크포럼에서 “울산의 맑은 물 대책은 물론 낙동강에 의존하고 있는 영남권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리비아 대수로와 유사한 상수도 파이프 라인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낙동강 상류에서부터 강을 따라 파이프 라인을 구축한 후 수계의 댐에서 생산되는 청정 용수를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각 시도에 공급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생활용수만 따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하면 하천물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파이프 라인을 하천부지를 따라 구축하면 공사비도 많아야 2조원 규모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특히 이 같은 방법으로 영남권 맑은 물 수자원 재분배가 이뤄지면 울산은 하루 30만 톤 공급 규모의 운문댐 용수를 기존 댐 용수와 함께 쓸 수 있게 돼 울산의 물문제도 완전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사연댐 수위조절이 가능하고 십여년째 지지부진한 반구대암각화보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의 주장은 통합 물 관리를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매우 현실성 있는 제안이다. 파이프 라인이 구축되면 물과 관련한 영남권의 해묵은 분쟁들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교수의 제안을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울산시도 이 교수의 제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