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 기자

“이대로 책을 발간하다가 제2의 울산금석문 사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울산금석문’ 사태란 지난 2013년 울산시문화원연합회가 울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비석과 암각명문 등에 새겨진 금석문을 모아 탁본과 뜻풀이 등을 붙여 ‘울산금석문’이라는 책을 발간했으나 번역오류 및 오탈자 논란으로 책 전량 회수및 원고료 자진회수, 집필자의 저작권 다툼 등 큰 잡음을 일으킨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3년 만에 책이 재발간됐지만 울산향토사계에서 초유의 사태로 기억되고 있다. 

울산시문화원연합회가 지난 연말부터 진행하고 있는 ‘울산공단 이주사’ 사업이 부실 투성이다.
국비 1억3,000만원으로 전자책과 인쇄 책, 영상이 제작되는 사업인데, 사업추진 상황을 점검해 보니 여기저기서 지적이 나온다. 책 발간을 맡은 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의 소장은 전 문화원장이 유임에 실패하면서 함께 문화원을 떠났고, 이 자리는 사업진행기간 내내 공석이다. 일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문화원연합회로부터 이번 사업의 용역을 받은 업체의 영상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뷰자의 이름이 여기저기 틀린데다 자막과 영상이 따로 노는 곳도 여럿이다. 이런 와중에 사업비 지급도 지연되면서 잡음이 더 커졌다.

 

일을 제대로 해야 최종사업비를 지급하겠다는 용역업체나 문화원연합회의 의도도 틀린 것은 분명 아니다. 사업비가 지급이 안 된다고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강력항의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하니 울산향토사학계의 민낯을 중앙에까지 들킨 것 같아 씁쓸하다. 향토사학자들은 지난 50년 울산공업사에서 배제된 울산 원주민들의 집단 이주사가 다뤄지는 기회여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철저히 수정·보완해 멋진 작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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