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문화원연합회가 국비 1억3,000만원으로 진행해 만든 제작물들이 부실투성이다. 여러편의 영상에 향토사학자인 정상태씨의 이름이 '장성태'로 표기돼 있다.   
 
   
 
  ▲ 인터뷰자 이름 오기 뿐 아니라 ‘장생포역’이라는 자막에는 온산산업단지의 기차운행 모습이 들어가 있는 등 화면자막과 영상이 다른 경우도 수두룩하다.   
 

울산시문화원연합회(회장 박기수)의 국비지원사업인 ‘울산공단 이주사’사업의 부실한 진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책 발간을 맡은 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의 수장은 1년 가까이 공석이고, 결과물은 부실투성인데 사업비 지급문제까지 불거져 ‘제2의 울산금석문’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시문화원연합회는 현재 국비 1억3,000만원으로 지방문화원 원천 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방문화원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 자료를 디지털화해 이를 서비스하고 지역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책자’와 ‘영상기록’ 등 효용성 있는 문화자원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다.

울산시 문화원연합회는 특화 사업부문의 ‘울산국가 산업공단 이주사’가 선정되면서 지난 연말부터 사업을 시작,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울산공단 이주사’ 콘텐츠는 ‘자작나무’라는 업체가 울산시문화원연합회로부터 용역을 발주 받아 울산국가산업단지 이주사, 온산국가산업이주사, 댐 수몰지역 이주사로 구분해 총3편의e-book과 각40분 분량의 3부작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제작됐다.

영상은 ‘자작나무’가, 책(e-book)은 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가 자작나무로부터 발주 받아 진행됐다.

이들 콘텐츠는 지난 5월말부터 문화원연합회 홈페이지에 게시돼 공람중인 상황으로, 제작물을 열람한 지역 향토사학자들 사이에서는 편집, 교열, 감수를 전면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 향토사학자는 “구술사를 현대문으로 윤색함으로써 구술사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으며, 생활사나 동네사 등에서 앞뒤가 안 맞는 엉터리 내용이 많다. 잘못된 구술내용은 ‘주’를 달아 정확히 짚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을소개 부분은 책 내용 대부분이 오래전 발간된 「남구지명사」, 「두동면지」, 「범서읍지」 등을 짜깁기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삼건 울산대 교수는 “정부사업으로 선정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만큼 채록을 통해 이주와 관련된 새로운 내용 발굴과 기존 내용의 수정.보완을 기대했지만 막상 원고를 접하니 10년 전 발간된 「남구지명사」 을 그대로 옮겨와 실망이 컸다. ‘감수자’라고 내 이름을 올리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밝혔다.

영상에도 많은 오류가 드러났다.

향토사학자나 인터뷰자 이름 오기 뿐 아니라 ‘장생포역’이라는 자막에는 온산산업단지에서의 기차운행 모습이 들어가 있는 등 화면자막과 영상이 다른 경우도 수두룩했다.

또 울산과학기술대 건립으로 이주한 주민들을 위로하는 망향비가 댐수몰지역이주사에서 소개되고, 울산을 ‘철강산업 도시’라고 칭하기도 했다.

사업비 지급문제에서도 잡음이 발생했다. 책 발간 책임을 맡은 관계자는 사업비 지급이 지연되자, 사업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에 잇따라 강력 항의했고, 결국 사업비는 지난 주말에야 모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문화원연합회 박민수 사무처장은 “내용부실이나 오류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남은 시간이 있는 만큼 철저히 수정,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 문화원연합회는 이번 제작물을 토대로 한 단행본을 오는 10월경 발간할 계획이며, 이는 전국단위 문화원과 도서관, 교육기관, 공공기관 등에 배포돼 울산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울산시문화원연합회는 지난 2013년 울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비석과 암각명문 등에 새겨진 금석문을 모아 탁본과 뜻풀이 등을 붙여 ‘울산금석문’을 발간했으나 번역오류 및 오탈자 논란으로 책 전량 회수및 원고료 자진회수, 집필자의 저작권 다툼 등 큰 잡음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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