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당정협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징적 권한이던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

즉 공정위 고발조치가 없더라도 검찰이 기업의 담합행위를 바로 수사할 수 있게 된 건데, 검·공정위 양 칼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그만큼 ‘사법 리스크’가 커지게 된 셈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전속고발제도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권을 공정위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아무래도 기업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고발 남용을 막아 기업 활동 위축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공정위가 담합 기업의 형사고발을 봐준 사례 등을 들어 전속고발제 폐지를 주장해왔고, 법무부와 공정위 역시 오랜 기간 권한을 둘러싼 다툼을 벌여왔다.

이날 합의안에 따르면 두 기관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4가지 중대담합(경성담합) 행위에 한해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

두 기관이 명시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기업간 제품의 가격을 짬짜미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해 공급을 제한하는 식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경성담합 행위가 발생할 경우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바로 자체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두 기관은 4개 경성담합 행위 외에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금지 △기업결합 제한 △지주회사 행위제한 △상호출자·순환출자 금지 △금융지주사 의결권 제한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등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담합행위자가 자진 신고했을 때 기존의 행정처분 감경과 함께 형사 처벌도 감면해 주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한다. 이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자진신고자 감경제도(리니언시) 무력화로 이어져 자칫 담합행위 적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상쇄하기 위한 조처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올해 안에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당정협의를 열고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및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담긴 재벌개혁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우선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해선 △경성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법위반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 최고 한도 2배 상향 △공정거래법 집행권한을 검찰과 법원 등으로 분산·다원화 △민사적 구제수단으로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등의 추진에 합의했다.

또 대기업집단 정책 개선안을 놓고선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 일원화(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상장·비상장 모두 20%) △이들 기업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 △순환출자 규제 강화 방침을 결정했다.

이밖에도 당정은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벤처지주회사 설립 자산총액요건 대폭 완화(현행 5,000억원→200억∼300억원) △벤처기업 외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 등 벤처지주회사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박 장관은 “앞으로 검찰은 중대한 담합에 대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경쟁 환경을 만들어 기업활동의 투명성 확보와 경제민주화 달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경성담합 외에는 전속고발제도를 현행처럼 유지하고 공정거래법의 형벌규정을 정비해 자유롭고 정당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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