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가 편의점에 상대가 되겠어... 그나마 매출 올리는건 복권 뿐이야.”

지난 13일 울산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한 나들가게. “장사가 잘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점주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대부분 편의점을 찾지 여기는 잘 안 온다”며 “그나마 복권과 담배 사러오는 손님들 덕분에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다른 나들가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 나들가게의 경우, 과자나 음료수 등 생필품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50만원 남짓. 생필품 판매가 저조하다보니, 아예 복권방으로 이름을 바꾼 곳도 있었다.

14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나들가게는 ‘정이 있어 내 집같이 드나들 수 있는, 나들이하고 싶은 가게’라는 뜻으로, 2010년 1월 대형 할인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네슈퍼를 육성한다는 계획에 따라 마련한 명칭이다.

중소기업청은 나들가게로 전환하는 동네슈퍼를 대상으로 재고관리 및 POS 기기 시스템 설치 등을 진행해 점포수를 늘려왔다. 또 매장 리모델링, 간판 교체 등도 지원해 경쟁력을 키웠다,

하지만 대형마트를 비롯해 편의점, SSM 등 대기업 점포 출점이 점점 늘면서 나들가게는 다시 '동네 구멍가게' 신세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04개였던 나들가게는 116개가 폐업 및 취소를 신고했다. 폐업률이 38.2%로, 4곳 중 1곳이 문을 닫는 꼴이다.

반면 지역 편의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울산지역 편의점 수는 739곳으로 2016년에 비해 19.7%(122곳)나 늘었다. 지난 2010년 280곳에 불과하던 지역 편의점 수는 2013년 419곳, 2015년 535곳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처럼 나들가게가 줄어드는 이유는 지원대책이 대부분 외형적에 그치고, 사후관리가 소홀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은 “정부는 사업시행(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나들가게 육성을 위해 총 963.6억원을 집행했지만 정작 나들가게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 저조한 사업성과를 보인다”며 “이러한 실정을 감안해 정부는 나들가게 사업효과를 재검토하는 동시에 나들가게의 매출증대와 수익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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