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하자더니 교섭 타령하는 노조
회사, 정치쟁점화 우려… 방어적 대응으로는 한계

현대중공업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협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열렸지만 물밑에서는 노사가 서로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노조는 사회적 대화와 별도로 임단협 교섭에 나서라고 회사를 압박하고 있고, 정치쟁점화를 우려하는 회사는 “협조”하겠다면서도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복잡한 관계에서 노사의 유연한 태도와 함께 중재자인 울산시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다.

#노조 "당장 교섭부터 하자" 압박

14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1만2,000 조합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회사의 임금·단체협약 교섭 참여를 촉구했다. 지난 7월 24일 감정 격화로 파행을 빚은 교섭을 다시 열자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 8일 울산시와 함께 개최한 노사정협의회를 근거로 들었다. 노조는 “노사정 대표들이 모여 유휴인력 문제와 노사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회 자리에서 박근태 지부장은 ‘노사 대립관계를 협력관계로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고, 강환구 사장은 ‘대화로 입장을 좁혀 좋은 결론을 희망한다’고 답했다”며 “노사 대표들이 ‘협력과 ’대화‘를 말하는데 단체교섭을 열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한 고성 등) 교섭위원 사이에 일어난 일은 교섭에서 해결하면 된다”면서 “사측은 당장 교섭장으로 나오라”고 압박했다.

노조가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지 일주일만에 다시 자체적인 대화하자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협의회로 대화 물꼬를 틔웠다고 판단해 노사 교섭을 재개할 계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다.

#사측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돼" 경계

회사는 당시 심한 언행을 한 교섭위원을 우선적으로 교체해야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 쟁점화 등 우려에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 결정을 한 회사에 노조의 요구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대화가 무르익기도 전에 임단협 교섭 재개를 요구했는데, 사실상 사회적 대화의 안건과 교섭의 쟁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는 노사정협의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부터 계속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노사정 회의가 출범한 만큼 형식적인 참석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결론을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고 양보와 타협이 선행돼야 하고, 타협의 전제조건은 ‘기득권 내려놓기’”라면서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는 했지만 여전히 노조의 양보를 촉구하며, 소극적인 자세로는 노사정협의체에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울산시 적극 중재 필요

노사가 미묘한 차이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의 보다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울산시가 계획하는 ‘노사민정 화백회의’의 발판으로 삼기에 앞서 본질적으로 노사의 신뢰회복을 위한 면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노사 모두 서로의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실무자 협의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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