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단속하면 또 다른 혼란 야기" 우려…"정치적 악용 가능성" 지적도
민주당·한국당 각각 '가짜뉴스 근절 법안' 발의…"방지책으론 미흡" 평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이른바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조작 정보에 엄정 대처하기로 하자, 법조계에서는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날 가짜뉴스 대응 방안과 관련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배후를 밝히고, 정보의 허위성이 명백하고 사안이 중대하면 고소·고발 접수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도 이처럼 정부가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면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립도 없이 단속에만 집중하면 자칫 건전한 여론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 인터넷 포털에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환율폭등 등을 분석·전망하고 국가 경제추이를 예견하는 글을 올렸다가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미네르바' 사건처럼 섣부른 단속이 부작용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당시 글을 올린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무죄 판단을 내렸다. 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지만, 미네르바는 일부러 거짓 내용을 퍼뜨릴 생각이 없었고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검찰이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보고 기소한 사건에서 법원은 전혀 다른 사법적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법률적 검토에 따라 가짜뉴스의 개념을 잡아두지 않으면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결론이 달라지는 등 혼선이 점쳐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행히 정부에 앞서 국회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여러 법률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가짜뉴스 개념도 정리 중이다.

지난 7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광범위한 근절대책 등을 규정한 이 개정안은 가짜뉴스를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로 정의한다.

가짜뉴스로 확인된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가짜뉴스를 삭제해야 하고, 단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받도록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은 가짜뉴스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박광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짜정보 유통 방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정부기관 등에서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보를 '가짜정보'라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법원과 언론중재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정보와 언론기사 중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정보를 유통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여야가 마련한 두 법률안 모두 가짜뉴스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법률안에 대해서는 가짜뉴스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 단속 효율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과 정부기관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짜정보의 유통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반면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가짜뉴스 개념을 너무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에 제기된 각종 최순실씨 관련 의혹도 가짜뉴스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등 오히려 논란을 키울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최진녕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어떤 사실이 명백한 조작정보에 해당하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립 없이 엄정대처에 나설 경우 표현의 자유만 훼손되고, 궁극적으로는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조계의 우려에 대해 법무부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의견 표명이나 실수에 의한 오보, 근거 있는 의혹 제기는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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