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담판 앞두고 "하나도 안 바뀌었다" 비방보고서 전격 발표
해킹·산업스파이·기술이전 강요·외국기업 차별 등 불만 망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담판을 앞두고 중국을 비방하는 보고서를 전격 발간해 타협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의 폐해가 미국을 넘어 다른 국가들에서도 확인된다며 안보 동맹국들과의 무역 전쟁 연대를 타진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혁신과 관련된 중국의 조치, 정책, 관행에 대한 업데이트'라는 보고서를 20일(현지시간) 전격 발간했다.

보고서는 '기술 도둑질'로 불리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전략이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 일본, 유럽연합(EU), 한국에도 피해를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정보를 보유한 호주국립대에 대한 해킹, 일본 기업들 피싱, 독일 바뎀 뷔르템베르크 주에 집중된 자동차 영업비밀 스파이, 한국 기업이 타깃이 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유출시도 등이 그 사례로 적시됐다.

USTR은 호주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를 우려해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서 배제했고, 일본도 두 업체를 정보체계를 설립하는 공공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비행이 다른 국가, 특히 미국의 안보 동맹국에 끼치는 영향을 따로 적시한 것은 대중 무역 전쟁에서 연대를 모색하려는 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무역 전쟁 전세를 고려해 동맹국들에 대한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계획을 최근 잠정 보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정책 복심'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과의 경제적 대결이 확장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전통적 동맹국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 정부의 시도가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STR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중국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태도 불변을 강조하려고 새 보고서를 펴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지난 보고서에서 다룬 것과 같은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이며 시장을 왜곡하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USTR은 조사된 사안에 대해 중국 정부와의 협의를 요구했다"며 "중국 상무부는 요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미국의 조사에 대해 무책임하고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불법 산업정보수집 사건, 중국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중국 내 외국기업에 대한 인허가 차별 등이 추가로 적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만나 무역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무역 전쟁의 근본 이유와 갈등이 '기술 도둑질'인 만큼 정상회담에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이 이날 보고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앞서 USTR은 무역 전쟁에 들어가기 전인 올해 3월 말에 발간한 1차 보고서에서 200여쪽에 걸쳐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와 전략을 다룬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국가안보 위협에 무역제재로 맞설 수 있도록 한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작성됐으며,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발간됐다.

그 뒤에 미국은 보고서에 적시된 불공정 관행을 명분으로 2천500억 달러(약 283조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1천100억 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맞불 관세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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