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시간·횟수·감정까지 보여주는 '가시화' 단말기 곧 실용화 전망

성과없는 회의를 줄이고 회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일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회의석상에서 상사의 말이 너무 많거나 길지 않은지와 참가자의 집중도를 그래프로 보여주는 "회의 가시화' 연구와 함께 회의석상의 발언 내용을 관계자들에게 메일로 알려주고 회의실 관리까지 하는 인공지능(AI) 연구도 한창이다.

'상사의 쓸데없이 긴 발언'은 회의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회의 주재자인 상사의 발언이 길어지면 부하들의 발언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본인이 알아서 짧게 발언하면 좋겠지만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간단치 않은 문제다.

21일 NHK에 따르면 교토(京都)에 있는 전자부품 메이커 무라타(村田)제작소는 회의석상의 발언을 '가시화'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나오나(NAONA)'는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단말기다. 나오나는 스와힐리어로 '살핀다'는 뜻이다. 회의장소에서 참가자 각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언 시간과 횟수, 감정의 플러스, 마이너스 등을 수치화해 손바닥에 놓인 단말기로 알려준다.

상사가 자신의 발언이 길거나 너무 잦지 않은지 알아 차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미 몇몇 기업의 회의에서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커뮤니케이션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들의 집중도를 측정해 그래프로 보여주는 장치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공조기기 메이커 다이킨공업은 의자 앉는 부분 뒤쪽에 부착한 튜브식 공기압측정센서로 앉은 사람의 심장 움직임을 파악,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분석해 지금 얼마나 긴장해 있는지, 다시 말해 집중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장치를 개발중이다. 파악한 데이터는 단말기로 보내져 회의 참가자의 집중도 추이를 실시간 그래프로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이불 밑에 센서를 설치해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장치를 판매하고 있다. 이번 연구도 이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장차 외부인사와의 상담장소 등에도 도입해 상대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멋진 프레젠테이션이나 협상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회의 자체를 '관리'해주는 장치도 나오고 있다. 스캐너 메이커 PFU가 개발중인 높이 10㎝ 정도의 'AI환경센서'는 음성 등을 인식하는 각종 센서가 내장돼 있다. 회의실에 사람이 있는지를 AI가 파악해 회의실 이용 예약이 돼 있는 시간에 비어있거나 회의가 빨리 끝났을 때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예약을 취소한 후 새 예약까지 받아준다. 자체적으로 사용해본 결과 그동안 회의실 낭비가 3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환기시켜 달라'고 요청하거나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녹음해 데이터로 참가자에게 메일로 보내주기도 하는 말 그대로 회의실 '관리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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