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강동에 사는 86세 제주출신 해녀 ‘양순택’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작품'출향'의 한장면.  
 
   
 
  ▲ 울산 강동에 사는 86세 제주출신 해녀 ‘양순택’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작품'출향'의 한장면.  
 
   
 
  ▲ 신미정작가가 동구 해변에서 만난 해녀의 일을 도우며 영상제작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 신미정작가가 울산 북구 해녀들을 만나 영상제작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올 한해 해외와 전국각지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모하창작스튜디오, 장생포 아트스테이, 북구 예술창작소 등 울산지역의 다양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들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8개월 동안 생활, 창작, 레지던스 프로그램 참여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낯선 곳에서 주민, 기획자들과 문화와 정을 나누면서 만들어낸 창작물들은 울산사람이기에, 울산에 살기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남다른 시선들이 느껴진다. 주요 결과물들을 소개한다.

“나는 평생 육지에 스며들지도 제주에 녹지도 못했다.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바다뿐이었다”.(울산 강동 주전에 사는 제주출신 86세 해녀 양순택)

매년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며 망각된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작업해오고 있는 30대 여성 영상.설치작가는 2018년을 울산에서 보냈다.

그녀가 아는 울산은 1960년대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돼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도시라는 것과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현재 울산광역시민으로 살고 있다는 것.

그녀는 ‘울산’이라는 곳을 알기위해 몇 달간 지역향토사학자와 울산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모하창작스튜디오가 위치한 반구대 인근을 비롯해 박물관, 해안가 등을 누비며 고향은 아니지만 울산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작가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울산에 정착한 한 해녀 할머니를 만났다.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던 시기에 타지인이란 단순한 삶의 질 차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더 큰 노력과 희생이 필요로 했다. 역사 속에서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한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여 보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고 싶었다”

모하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로 참여한 신미정 작가.

신 작가는 잊힌 역사의 이미지로서 고향을 떠나 타지에 사는 이주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 왔고 올해 울산을 주목했다.

울산에 사는 '제주출신' 사람들은 어떻게 왜 육지로 오게 된 것일까? 정착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을까?

울산 동구 해변길 따라 지역조사를 해봤다.

해변에 ‘돌미역 판매’라고 적힌 집들에 들어가 해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도 시도해봤지만 관계를 맺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어르신 한분 한분을 자주 찾아뵈었고 제주도에서 태어나 울산에 정착한 해녀 ‘양순택’ 할머니(86)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작품 ‘출향(出鄕)’을 제작했다.

86세 해녀 ‘양순택’의 삶은 일제 치하와 광복, 전쟁 그리고 산업화 과정 속에서 타지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개인의 삶과 애환을 그대로 보여준다. 울산에서 그녀에게 생존 자체는 현지인보다 훨씬 큰 노력이 필요했고 희생도 따랐다. 그녀의 삶은 ‘살아가기’가 아닌 ‘살아남기’였다. 작가는 역사 속에 배제되고 소외되었던 한 개인의 역사를 인터뷰, 유품, 아카이브, 수집 자료를 통해 영상 이미지로 구체화해 기록했다.

신미정작가는 추계예술대학교 한국화를 전공하고 프랑스 디종 보자르 미술대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서울(2014), 익산(2015), 속초(2016), 대전(2017)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타지인으로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결국 그들 삶의 이야기는 고향 포항을 떠나 1년마다 거주지를 옮겨 작업을 하고 있는 신작가의 이야기다. 고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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